닭다리 뜯던 북한 주인공, 감독에게 달려드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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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1.06.21 23:55


지난 시간에 북한 만화 붐이 왜 일어났는지 말씀드리며 김정은은 한국 만화광인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북한에서 제작된 영화는 김정은이 깔아뭉개 잘 나오지 못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면 북한 영화계의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세 가지 측면에서 말씀드릴 건데, 이건 김정은도 풀지 못하는 고질병입니다. 들어보면 웃기는 일들이 많습니다. 주성하TV는 구독, 좋아요도 좋지만 끝까지 들어주시면 더욱 힘이 납니다.

요즘 북한 영화촬영소에 가면 웃기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김정은이 승인은 해주지 않지만, 매년 몇 개씩 찍기는 합니다. 안 찍으면 놀고먹는다고 처벌받기 때문이죠. 올려 보냈는데 김정은의 암만 기다려도 아무 연락도 없으면 “이거 또 묵히는 영화가 됐구나”하고 손맥이 확 풀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 여러 장면들이 등장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먹는 걸 찍을 때 신경전이 벌어진다고 합니다. 가령 주인공이 닭다리 뜯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쫙 뜯고 먹는데, 감독이 “다시”하면 주인공 얼굴이 똥 씹은 얼굴이 된답니다. “에이씨”하고 감히 감독에게 대들기도 합니다.

왜냐면 그 닭은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가 사온 닭이기 때문입니다. 감독이 다시 하면 주인공이 장마당에 나가 닭을 또 사와야 합니다. 여러 번 다시 하면 감독과 배우들이 먹을 음식이 생기겠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반복하면 주인공이 열 받아 “나 안 해”하고 나가면 영화가 나가리가 됩니다. 그러니까 주인공 눈치 보고 기분 맞추며 다시 찍어야 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간단하죠. 북한 영화계에 돈이 없기 때문입니다. 영화 찍으려면 엄청난 돈이 들어가죠. 각종 소품과 세트장, 옷, 먹는 거, 스탭들 먹여주는 돈 등 돈 들어갈 데가 많습니다.

다른 나라에선 제작사가 이런 것을 다 투자하고 영화가 나오면 영화관에서 상영해 돈을 뽑습니다. 대박칠 때도 있고, 쪽박 찰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상업영화가 없습니다. 영화 찍은 자금을 뽑을 수가 없는 겁니다. 나라에서 돈을 대주지 않으면 찍을 수가 없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가난하니 이 돈을 주지 못하는 겁니다. 조금 주지만, 그건 국정가격으로 환산해 주는 것이고 실제 쓰는 것은 장마당에 나가 다 사와야 합니다.

그래서 영화 관계자들이 생각해 낸 꼼수가 돈 있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워주는 겁니다.
대표적으로 북한 새 세대 스타로 떴다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던 중 자살한 박미향은 아버지가 외무성 간부처장으로 상당히 힘도 있고, 달러도 많으니 주인공이 된 것입니다.

제가 박미향이 결혼하기 전 남자친구가 이룡훈이라는 평양날파람이란 영화 주인공이라고 했죠. 이룡훈은 돈 많은 귀국자 자녀입니다. 승용차 몰고 다니며 북한에서 외화만 쓰는 고려호텔 식당에 자주 나타난다고 합니다. 북한은 김 씨 부자의 승인이 있기 전에는 일반인이 승용차를 자가용으로 소유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귀국자만은 자가용이 허용됐습니다. 자가용도 허용해주지 않으면 일본 친척들이 돈을 보낼 의욕을 잃기 때문이겠죠. 이룡훈은 돈도 많고 동생들도 많이 거느리고 다니는 평양 날파람이 아닌 평양 날라리였는데 영화 제작비를 대고 주인공 자리에 오른 겁니다.

2011년인가 김정일이 죽기 전에 한국 드라마가 부러웠던지 “우리도 역사물 드라마 제대로 한번 만들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최고 배우들이 총출동해 찍은 것이 23부작 ‘계월향’이었습니다. 하지만 TV로 10부까지 방영했을 때 참고 참던 김정일이 재미없다고 화를 내며 “때려치우라”고 했답니다. 그래서 드라마가 도중에 방영이 갑자기 중단됐는데, 한국에선 상상하기 어렵지만, 북한이니 가능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제가 계월향을 봤는데 김정일이 지시한 작품이라 최고 배우들이 다 나왔습니다. 그런데 여주인공이 낯선 신인이었고 연기도 못했습니다. 왜 하필 저런 배우 썼냐고 궁금했고, 이후에 영화나 드라마에 다시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들어보니 그 여배우는 돈이 있어 여주인공 자리를 꿰찬 것입니다. 요새 영화나 드라마나 주인공이 되려면 의상은 모두 자기 돈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소속사나 매니저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집에 돈이 없음 배우를 못하는 구조입니다.

특히 역사물 영화는 한복 하나만 입고 찍을 수 없으니 한복도 아침저녁, 계절별, 상황 등에 맞춰 한 20벌 만들어 와야 되고, 보조 연기자들 돈 없으면 그것도 제작해 줘야 해서 의상에만 돈이 엄청 많이 듭니다. 스텝들 먹여주는 것도 다 돈입니다.

그러니 돈 없으면 주인공을 못하고, 제작사는 돈 있는 배우 지망생 찾지 못하면 영화 찍을 수가 없는 구조입니다. 부자집 자식들은 왜 영화에 나올까요. 계월향의 경우 부모가 딸을 한 번 띄워서 시집 잘 보내려고 돈을 투자했답니다. 그리고 실제로 계월향 하나 찍고 시집 권세 있는 집안에 갔답니다. 박미향도 한번 나와 뜨고 노동당 행정부 부부장 며느리가 됐으니 마찬가지 경우입니다.

웃기죠. 결국 북한 영화는 돈이 없어 망하는 겁니다. 상업화라도 하던지 해야 하는데 그건 자본주의 방법이라 거절하니 어디서 돈이 나겠습니까. 당국이 대주는 것도 아니고요. 돈이 없다보니 영화 제작자들이 생각해 낸 궁여지책이 부자 자식을 주인공으로 선발해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하자는 것인데, 그러다보니 연기력이 안 됩니다. 그러니 또 재미가 없습니다.

이게 북한에서 김정은도 짜증나서 못 봐줄 영화들이 나오는 두 가지 중요한 이유고요, 세 번째 이유는 여러분들도 다 아시는 것처럼 체제의 문제입니다. 창작자들에게 자유로운 영감을 허용하게 해주고, 외국의 영화도 자유롭게 보게 하고, 나아가 외국에 나가 제작 기법도 배워 와야 하는데 이게 다 안 되는 겁니다.

그냥 안 되면 몰라도 삼각연애처럼 조금만 파격을 넣어 시도하면 비사회주의 사상이 가득한 반동이라 몰려 숙청됩니다. 북한에서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로 꼽히던 이춘구가 삼각연애를 그린 것도 아니고, 암시만 아주 살짝 했다는 이유로 대홍단 감자밭에 가서 혁명화를 하다 죽는 게 북한입니다.

그러니 그걸 본 다른 작가들은 이춘구도 죽는데 나야 더 말할 것도 없지 하면서 정해진 틀에서 한 치도 벗어나려 하지 않는 겁니다. 그러니 북한 영화가 김정은도 재미없다고 화를 낼만큼 천편일률적인 것입니다. 제가 북한 영화계를 대표해 김정은에게 한마디 하겠습니다.

“정은아, 그건 네 문제야. 아래 사람들만 고생시키지 말고 영화 만들지 마.”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