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령 서태후`의 최후, 각종 비리 세트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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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1.07.20 17:37


두만강 옆에 위치한 함경북도 회령시는 인근 무산군과 온성군과 더불어 가장 많은 탈북자들이 온 지역 중의 하나입니다. 오늘 소개할 내용은 이 회령시에서 벌어진 사건인데, 아마 내막을 아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 영상으로 만들었습니다.

2년 전에 제가 자유아시아방송 유튜브 채널에 나가 소개했던 사건인데, 당시 조회수는 많지 않아 제가 다시 영상으로 만들어봤습니다. 제가 종종 소개했던 북한 범죄강의자료에 나오는 내용인데, 아주 자세하게 나와서 보시면 북한에서 어떤 형태의 부패가 나타나고 있는지 이해되실 겁니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운이 나빠 체포됐지만, 북한에서 간부들이 어떻게 사는지 생생한 교과서라고 생각됩니다. 다들 이렇게 삽니다.

회령에 가면 호텔 대신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 묵는 여관이 있습니다. 오늘 범죄가 일어난 장소는 회령 ‘○○려관’이라고 돼 있는데, 회령에 회령여관, 남문여관이 있는 걸로 아는데, 어느 여관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회령여관은 최서해의 탈출기에도 나오는 역사가 오랜 여관입니다.

이 여관 지배인 56세 정필순이 여관 수입금을 마구 쓰면서 제왕 행세를 한다는 제보가 검열단의 귀에 들어왔습니다. 이것도 16년차 여관 회계원이 어디 가서 한 말이 들어간 것인데, 역시 북에선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 늘 새기며 사는 것이 좋다는 것을 다시 새기게 하는 대목입니다.

아무튼 이 정필순이 국가에 여관 수입금을 조금만 바치고, 남는 돈으로 회령에서 ‘서태후’ 행세를 하였다고 합니다. 북한 사람들도 서태후가 부화방탕한 황후의 대명사라는 것은 압니다. 그런데 서태후가 어떻게 살았는지 가르쳐 주지도 않으면서 서태후에 비교하니 좀 웃기네요. 김정일, 김정은이야 말로 서태후처럼 살고 있는데 말이죠. 나중에 역사 교과서엔 서태후 대신에 “김정일처럼 살았다” “김정은처럼 살았다”가 가장 부화방탕한 폭군의 대명사가 되길 바랍니다.

아무튼 그래서 정필순이 이중장부를 만들어놨다는 것을 알고, 도에 유인해 억류한 뒤에 그의 방을 뒤져서 장부를 찾았는데 5개월 분량이 적힌 것밖에 못 찾았답니다. 도에 유인했다는 것은 도 소재지인 청진시로 불러다가 잡았다는 것을 의미하겠죠.

그래서 오른팔 한정희라는 여성을 잡아 족치려니 또 이 여성이 의리를 지켜 3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하려 했답니다. 완전 눈물이 납니다. 불면 자기도 죽으니 버텼겠죠.

여기 보시면 기술공작을 의뢰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이게 뭘까요. 새로운 형태의 심리적 고문일까요, 아님 최면 수사일까요.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이걸 도입했더니 ‘꽃보자기에 싼 책들’이라는 힌트를 얻었습니다. 이걸 또 얻어야 하겠는데, 정필순은 이걸 불면 자기가 죽겠으니 말할 리가 없습니다.

다음 페이지를 보시면 이때 보안원들이 어떻게 협박했는지 나옵니다. 책상에 아들이 사용하던 약 빨던 기구를 딱 내놓으며 가택수색하면 뭐가 나올지 생각해보라 이랬답니다. 북에서 권력자나 돈 좀 있는 사람은 다 약 빨고 사는데, 이건 걸린 게 죄이죠. 수사하는 보안원들도 아마 절반은 약 빨고 살 겁니다. 아들 걸고 교화소에 보낸다니 이 지배인이 항복해서 결국 불었네요. 장부 찾았습니다.

찾은 결과 지배인이 묵던 308호실과 집에서 380그램의 약, 그리고 횡령한 돈이 나왔는데, 전체 벌어들인 돈의 8.3%만 당국에 바치고, 나머지는 개인이 썼습니다. 1년 동안 여관에서 북한돈 6057만 원, 중국돈 5만 위안 이상, 3150달러 이상 벌었군요. 그리고 이 돈을 자기가 쓰고, 또 아까 자살하려던 오른팔과 나눠 쓰고, 뇌물로도 썼습니다. 또한 정필순이 얼마나 방탕하게 살았는지 ‘황후’처럼 살았다고 나옵니다.

다음 페이지에 보시면 간부들에게 성로비를 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생활이 건전치 못한 일부 일꾼들의 ‘고요한 안방’ ‘피로를 푸는 마담방’으로 불렸다고 합니다. 별의별 추잡한 행위로 수많은 일꾼들을 제 마음대로 주물러놓아 그들을 나긋나긋한 팔다리로 만들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50이 지났다는 것을 왜 강조했을까요. 북에선 50살 먹으면 여자로 보지도 않는다는 듯한 뉘앙스가 풍깁니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얼마나 악독하게 놀았는지 사례들이 나오고, 자식들이 부화방탕한 생활을 했다는 내용도 나옵니다. 29살 아들이 여관에 전용 침실을 꾸리고 여관의 반반한 여자는 다 끌어들였다고 나오고, 딸년들도 공주 행세를 하며 외국제 상품만 쓰며 사치를 부리고 부화질을 했다고 합니다.

아마 회령 여관 지배인은 회령의 재벌쯤 되는 위상이었나 봅니다. 부모가 돈 잘 버니 2세들도 그렇게 살았겠죠. 정필순은 남편도 있다고 나옵니다. 이렇게 회령의 서태후는 인민의 준엄한 심판대 위에 올려 세웠다고 하는데, 이후에 회령에서 오신 분들은 내용 알겠죠. 죽였나요, 아님 감옥에 갔나요.

그런데 여러분이 아실 것이, 북한은 여관 운영하라고 뭘 주는 것이 없습니다. 건물은 국가 것이긴 한데, 나머지 운영은 여관 지배인이 다 책임져야 합니다. 잘 벌었다고 해서 칭찬하는 것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 여관뿐만 아니라 북한 모든 여관이 다 이렇게 운영됩니다.

오늘 주인공 정필순 씨는 정말 운이 참 없어서 걸린 겁니다. 아니 운이 없기 보다는 간부들 다 구워삶았는데, 보안원들에겐 잘 주지 않았나 봅니다. 그런데 워낙 검열이라고 달려드는 권력기관이 많으니 어떻게 다 맞추겠습니까.

본문 중에 도에 유인해 잡았다는 대목이 있는 것을 봐서 정필순은 회령시 보안서는 다 구워삶았는데, 도까지 미처 삶지 못해서 도 검열대에 걸린 듯 합니다. 이러니 북한에서도 “죄는 지은 놈이 잡히는 것이 아니라, 걸린 놈이 잡히는 것”이란 말이 유명하게 돌아갑니다.

이렇게 오늘 사건 소개해 드렸습니다. 오늘 사건은 횡령, 뇌물, 약, 부화방탕, 성로비와 접대 등 모든 종류의 범죄는 세트로 다 등장합니다. 북한은 사회주의니까 좀 깨끗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환상을 다 깹니다.

한국의 언론은 사건사고들을 많이 다룹니다. 그러니 한국이 엄청 썩은 나라 같죠. 그런데 북한은 언론이 당의 선전부서이니 어두운 구석은 조금도 나오지 않고, 늘 환상적인 이상향처럼 묘사가 됩니다.

이런 북한의 선전을 그대로 옮겨 북한은 그나마 가난하지만 깨끗한 나라, 우리는 썩은 나라처럼 묘사하는 인간들도 많죠. 그래서 이렇게 전교조의 교육 자료에는 절대 등장하지 않을 북한의 실상을 알려주는 유튜브도 반드시 필요한 겁니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