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자가 더 불안한 북한 생화학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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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1.07.21 17:52


저번에 제가 북한 스커드미사일의 명중률에 대한 영상을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북한의 생화학무기에 대한 공포를 갖고 있더라고요. 명중률이 한심해도 생화학무기를 넣어 쏘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다고 말입니다.

제가 지난해에 북한 생화학무기 생산시스템에 대한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요약하면 북한의 화학무기는 사용하기 전 사찰이 거의 불가능하고, 핵무기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입니다.

화학무기는 제조과정이 특수한데, 각각 무해한 화학물질을 만들어 특수용기에 넣어 보관하다가 섞이는 순간 독가스가 됩니다. 2017년 김정남 살해 당시 두 여성이 무해한 화학물질을 손에 바르고 각각 김정남 얼굴에 발랐는데 VX라는 맹독성 가스가 합성됐습니다. 두 가지가 합해지냐, 세 가지가 합해지냐에 이원화, 삼원화 형태라고 합니다.

핵무기는 개발자나 현장 생산자 등이 모두 핵무기를 만든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화학무기는 화학 공식을 만드는 개발자만 알고 생산자들은 자신이 화학무기를 만든다는 사실조차 알기 어렵습니다. 또 화학무기는 필요한 양만 생산하고 해당 생산라인은 폐쇄하기에 나중에 사찰도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북한 화학무기에 대한 공포는 어쩌면 당연할 수 있습니다.

생물무기는 저는 북한의 능력으로 힘들다고 봅니다. 생물무기 만들려면 배양시설과 수십 년  보관할 시설도 있어야 하는데, 북한의 전력난으로 볼 때 이거 어렵습니다. 북한은 가장 기초적인 항생제인 페니실린, 마이싱 등도 전기가 없어 배양 못합니다. 이 내용이 저번 방송에서 했던 줄거리인데, 오늘은 다른 각도에서 여러분들의 우려를 좀 씻어드리는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인터넷엔 북한이 세계 3위 규모의 생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기사가 차고 넘칩니다. 과연 사실일까요. 제가 봤을 때는 누구도 모릅니다.

이제 두 가지 사례를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명분을 떠올려보십시오. 그때도 이라크가 세계 인구 4번 말살할 생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기사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라크는 쿠르드족을 화학무기로 대량 학살한 전례도 있었고요. 이라크가 이동 가능한 대량의 화학무기를 제조 및 보관하고 있다는 정보는 후세인 정권 전복의 결정적 명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점령하고 보니 하나도 못 찾았습니다. 없었던 것이죠.

전쟁이 끝나고 8년 뒤엔 2011년 ‘커브볼’이란 이름의 이라크인 정보 제공자는 “내 거짓말에 미국이 진짜로 이라크를 침공해서 놀랐다”고 영국 가디언지와 인터뷰했습니다. 미국 국무부 등도 이 정보가 가짜라고 판단했음에도 부시 정부가 이라크전을 시작한 것은 제가 볼 때는 미국이 후세인을 제거하고 싶은데 이 가짜 정보원이 명분을 준거라 봅니다. 생화학무기가 없었는데 억울하게 죽은 대표적 사례가 후세인입니다.

둘째 사례입니다. 시리아 알 아사드 정부는 내전에서 여러 차례 사린가스 등 화학무기를 사용해 수천 명을 죽였습니다. 이건 증거도 있습니다. 미국과 국제사회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시리아 화학시설에 2017년과 2018년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약 150발을 퍼부었습니다. 그렇지만 알 아사드 정권 전복에는 나서지 않았습니다. 후세인은 없어도 죽었는데, 아사드는 사용해도 안 죽였습니다.

어떤 차이일까요. 제가 볼 땐 미국이 이라크에서 혼이 나서 그렇습니다. 후세인 제거하니 알 카에다니 IS니 하는 극단주의자들이 나타나 미국이 전쟁의 수렁에 빠져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습니까. 그러니까 아사드를 제거하면 시리아마저 극단주의자들의 손에 들어갈 수 있으니 눈 감아 준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만약 시리아가 내전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가령 이스라엘을 향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하면 어떨까요. 이건 미국도 못 봐줍니다. 알 아사드는 제거됩니다. 자, 그럼 김정은은 후세인이 될까요, 알 아사드가 될까요.

북한은 생물무기방지협약에는 가입했는데, 화학무기방지협약에는 참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입장에서 생각해 봅시다. 핵무기를 한국을 향해 사용하는 순간 북한은 지도상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누구나 압니다. 그럼 생화학무기를 사용하면 괜찮을건가요. 아닙니다. 서울에 생화학무기를 사용하면 역시 국제사회가 이를 용납하지 못합니다. 김정은은 제거됩니다. 사실 강력한 힘을 가진 미국이 김정은 제거하기는 어렵지 않죠.

김정은에겐 핵무기나 생화학무기나 위험부담이 똑같습니다. 사용을 쉽게 결정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김정은은 전쟁에서 살 확률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생화학무기를 사용하지 못합니다. 다만 어차피 죽을 거니 이판사판이라고 하면 핵무기도 쏘고, 생화학무기도 쏘겠죠.

그런데 문제는 투발수단입니다. 폭격기가 날아오지 못합니다. 미사일은 탄두가 작아 많이 넣지도 못합니다. 시리아는 제공권을 장악한 상태에서 드럼통 가득 싣고 가 냅다 사린을 부었는데도 수백 명 정도 죽었습니다.

북한 미사일 탄두에 화학무기를 다 넣어도 효과는 크지 않은데다 바람까지 불면 화학무기 효과는 크게 반감이 됩니다. 생물무기는 탄두에 넣어 쏘면 균이 죽겠죠. 미사일엔 화약 넣는 게 맞습니다. 그리고 생화학무기는 전세를 바꾸지도 못합니다.

제가 김정은이라면, 정말 한국을 없애겠다면 핵무기를 쏟아 붇는 것이 몇 백배 더 효과적입니다. 핵이나 생화학무기나 어차피 쏘자마자 죽을 건데, 같은 위험부담에서 생화학전을 할 사이가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한국은 핵탄두를 백 배 더 걱정해야 합니다.

만약 북한에 내전이 일어나 김정은이 자국민을 향해 생화학무기를 쓴다면요?. 사실 생물무기는 확산 통제가 어려워 쓰지 못하고 사실상 화학무기만 쓸 수 있죠. 그럼 미국이 개입할까요. 북한에는 알 카에다도, IS도 없으니 필요에 따라 개입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사찰을 할 수 없다는 큰 함정이 있습니다. 그러니 김정은이 내전에 쓰고 살 확률이 더 큽니다.

김정은의 고민은 이라크 후세인처럼 되는 것이겠죠. 없는 데도 있다고 하고 밀고 들어오는 판이니 보유만 하고 있는 것도 엄청난 위험부담입니다. 특히 미중 갈등이 더 커지고 북한이 중국에 붙을 때 김정은은 더 위험합니다.

그러니 김정은은 미국이 ‘북한의 생화학무기 위협’을 언급하면 가슴이 벌렁벌렁 거릴 겁니다. 올해 5월 6일 제니퍼 월시 미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보 대행이 “북한의 핵과 생화학 무기가 미군과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바이든 정부도 생화학무기를 언급하는 겁니다.

이걸 명분으로 김정은도 사담 후세인이 될 수 있는 겁니다. 생화학무기가 있어 든든한 것이 아니라, 써보지도 못하고 이걸 명분으로 제거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지금 북한의 생화학무기 때문에 우리보다는 지금은 김정은이 훨씬 더 공포에 떨고 있다는 점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