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오히려 더 당황한 임종석의 저작권료 수금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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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1.07.26 16:18


저번 시간에 고은 시인이 오랫동안 이사장을 맡고 있었던 ‘겨레말큰사전편찬위’가 만들어봐야 남과 북에서 볼 사람도 없는 공동사전 만든다고 지금까지 400억 가까운 세금을 썼다는 이야기 해드렸습니다. 100억 넘게 고은의 번듯한 이사장 명함과 품위있는 사무실 유지를 위해, 또 그 위원회 직원들의 인건비로 나갔습니다. 저는 이 세금이 너무 아깝습니다.

오늘은 남북 경협과 관련해 또 하나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약자로 경문협에 대한 이야기 한번 해보겠습니다. 이 경문협은 현재 대통령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맡고 있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회의원 신분이던 2004년에 만든 단체입니다. 이 단체가 북한의 저작권 수금을 맡게 된 배경은 대다수가 모를 겁니다.

최근 경문협이 화제가 된 것은 국군포로 2명이 경문협이 보관 중인 북한 재산을 내놓으라는 소송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북한에 관심없으면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 먼저 배경 설명 간단히 하겠습니다.

6·25 전쟁에 참전했다가 포로가 돼 강제 노역을 했고, 구사일생으로 탈북해 한국에 온 노사홍, 한재복이라는 국군포로 두 분이 2016년 법원에 “북한에서 강제 노역에 시달린 배상금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에서 체포돼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미국 법원으로부터 북한 정권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판결을 받아냈고, 미국이 억류한 북한 선박을 압류해 판 뒤 실제 돈을 받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국군포로의 소송은 이것과 비슷한 맥락인 것이죠. 4년 동안 재판이 진행됐고 지난해 7월 법원이 “북한과 김정은은 두 포로에게 총 42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배상판결이 내려졌으니 북한의 재산을 받아내야겠죠. 한국에는 북한 정부 소유로 된 재산을 경문협이 갖고 있습니다.

경문협이 2006년부터 국내 매체들이 북한 방송 영상 등을 사용한데 대한 저작권료를 받아왔는데, 2008년까지 8억 정도 실제 북한에 보냈고, 2008년 금강산관광객 박왕자 씨 피살 사건으로 대북제재가 시행돼 송금이 막히자 법원에 저작권료를 공탁했습니다. 지금 쌓인 것이 23억 원 정도 된다고 합니다. 제재가 해제되면 북한에 보낼 돈이죠.

법원 판결에 따라 이 돈에서 4200만원을 국군포로에게 줘야 할 상황이 되자 경문협은 법원에 얼마 전에 ‘북한 정부 재산과 언론사 재산은 별개’라는 답변서를 제출했다고 합니다. 즉 북한 방송 저작권료는 조선중앙방송 소유이지, 북한 정부 재산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이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죠. 조선중앙방송위가 북한 정부 기관인데 독립적으로 돈을 소유할 수가 있겠습니까. 아무튼 이것이 지금까지 진행됐던 경문협 관련 이슈입니다. 한국에는 경문협이란 단체가 있는 줄도 모르고, 또 방송사 등에서 돈을 걷어 북한에 보낸다는 것을 모르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자, 이제부터 경문협 저작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마 아는 분들이 극소수일 겁니다. 2005년 12월 경문협이 북한에서 저작권 사용료를 징수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당시 북한은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없었습니다.

북한은 외국 소설, 스포츠 중계, 외국 방송 영상 등을 돈을 주고 사온 적이 없습니다. 몰래 도용하거나 공짜로 받았습니다. 사실 북한을 대상으로 소송 걸면 숱한 저작권 위반 사례가 나올 겁니다. 그런데 북한을 대상으로 소송 걸어 나라나 작가가 없었죠. 그러니 북한은 애초에 저작권이 뭔지 연구할 필요가 없는 겁니다. 임종석 의원이 그때 북한에 열심히 다니다가 이걸 딱 본 겁니다. 그래서 북한에 제안을 합니다.

“임꺽정, 황진이와 같은 북한 소설들을 한국 출판사들이 가져다 출판한다. 북한 TV 영상 한국 방송국이 가져다 쓴다. 이거 돈 받아줄게” 한 겁니다. 그러니까 오히려 북한이 이건 뭐지 하고 황당한 반응이었다고 합니다. 자기들은 한국 영상 갖다 마음대로 쓰니 한국 방송사들이 북한 영상 따서 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런데 과거 전대협 의장이었던 임종석이 나타나 “야, 그거 다 돈이 될 수 있어. 내가 받아다 줄게” 한 겁니다. 그러니까 처음엔 “이거 사기꾼 아니야”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돈 받아 준다니 “공짜로 해준다는 데 우리가 손해 볼 것은 없지”하니 오케이 한 것이죠.

하지만 문제가 생겼습니다. 저작권 요청을 하려면 자격이 있어야 하는데 북한은 세계저작권기구에 가입돼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또 북한을 손잡고 세계저작권기구에 데리고 가서 “돈 받으려면 저 기구에 가입해야 해”라고 시켜주었습니다.

이후 위임장 받아서 한국 방송사들에게서 돈을 받아내서 보내주니 북한이 갑자기 회색이 만연해진 겁니다. “와, 이거 진짜 돈이 오네. 생각지도 못한 공돈이네”라고 얼마나 좋아했겠습니까. 채널A가 김정은 회의했다는 영상 자료 하나 보여줘도 이거 다 돈을 줘야 합니다. 저는 남북교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이 사례는 정말 황당하다고 봅니다.

경문협 측의 명분은 “이렇게 해서라도 북한에게 세계적인 표준을 학습시키는 것이 중요하고, 그렇게 북한을 정상국가로 이끌어 간다”는 겁니다. 그래서 북한이 세계 표준을 학습했을까요. 북한이 저작권을 도용하면 누가 한 마디라도 한 사람이 있습니까. 북한에는 말 한마디라도 제대로 못하면서 결국 결과는 한국 방송사나 출판사 뜯어내 북한에 돈만 보내는 일만 하는 겁니다.

그럼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제가 봤을 때는 이거야 말로 봉이 김선달 수법이라고 봅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과거 운동권 일부가 권력을 잡긴 했는데 그렇지 못하고 돌봐줘야 할 운동권 사람들도 적지 않았죠. 그렇다고 운동권이 회사에 들어가 직장생활을 하거나 막노동하는 것을 봤습니까. 그러니까 권력이 있을 때 주변을 챙겨주어 먹고 살게 할 뭔가가 필요했죠. 또 권력이 오래 갈 수도 없으니 권력이 있을 때 나중에 먹고 살 것을 만들겠다는 생각도 있었겠죠.

박근혜 대통령도 퇴임 이후용으로 미르문화재단, K스포츠재단을 만들려고 10대 기업에서 1000억대의 돈을 모금하다가 그게 발단이 돼 촛불시위까지 이어지지 않았습니까.

똑같은 겁니다. 다만 운동권은 북한을 내세워 재단 만든 겁니다. 뭔가 통일 운동한다는 명분도 생기면서 먹고 살 수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작권 받아 수수료 떼던, 후원금 받던, 아니면 이걸 내걸고 북한을 드나들다 더 좋은 사업 기회를 잡던, 아무튼 재단이 있으면 여러모로 좋겠죠.

임종석은 대통령 비서실장이라는 권력까지 잡아보고 지금 다시 경문협 이사장으로 갔습니다. 물러나도 명분도 있고, 또 먹고 살 수도 있는 자리가 있으니 참 좋습니다. 평생 직업이기도 합니다. 봉이 김선달도 지금 태어났더라면 분명 이런 재단 만들었을 겁니다. 이야기하다보니 저도 죽기 전에 명분과 생계, 그리고 주변 여러 사람까지 함께 챙겨줄 수도 있는 재단을 하나 만들고 싶어집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