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시간이 멈춰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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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1.07.27 22:00


오늘은 북한의 시계가 멈춰섰다라는 주제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시계가 없다는 것은 원시시대로 다시 돌아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건 무슨 일일까요.

시계가 뭔지 더 설명할 필요는 없겠죠. 하지만 시계 하면 종류가 여러 가지입니다.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손목시계, 그다음 벽에 걸린 벽시계가 떠오를 겁니다.

하지만 요즘 스마트폰이 광범위하게 도입되면서 시계가 잘 팔리지 않고 있습니다. 휴대전화를 보면 시간이 나오고, 노트북을 켜도 시간이 나오고, 티비를 켜도 시간이 나옵니다. 우리는 이런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시계를 차는 사람들을 보면 스마트 시계 아니면 명품 비싼 시계가 많습니다.

저도 갤럭시워치를 차고 있는데, 시간을 보기 위한 목적보다는 다른 더 중요하게 판단하는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입니다. 오늘 얼마나 걸었는지 만보기 기능을 요긴하게 쓰고, 자고 나면 몇 시간을 잤는지 수면의 질이 어떻게 됐는지 이것도 잘 사용하는 기능입니다. 제일 중요하게는 회사에서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놓고 있기 때문에 걸려오는 전화나 메신저를 놓치지 않고 보기 위한 목적이 크죠.

스마트워치가 아닌 명품 시계를 차는 사람들은 비싼 옷이나 명품백을 들고 다니는 것처럼 자기 소비에 대한 만족감 등을 크게 의식합니다.

서론이 좀 길었습니다. 아무튼 현대 사회에 와서 시계란 것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1960년대쯤으로 돌아가 봅시다. 그때는 시계가 어떤 의미였을까요. 과시용 명품시계도 팔렸겠지만, 일반적으로 정말 시간 보는 기능에 충실한 것이 시계였습니다. 시계가 없으면 약속을 어떻게 잡고 어떻게 살았겠습니까. 지금 북한에서 시계의 의미가 바로 한국의 60~70년대 그때의 의미라고 보시면 됩니다.

문제는 북한에서 시계 배터리를 생산하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핵무기를 생산하는데 시계배터리를 생산하지 못하다니 참 아이러니하죠. 물론 과거엔 시계 공장이 있었습니다. 총련에서 설비를 들여와서 모란봉이란 상표로 태엽식 기계시계를 만들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국과의 교역이 활성화되면서 투박하고 무겁고, 시간도 잘 맞지 않는 모란봉시계는 점점 자리를 잃다가 어느 순간 팔리지 않게 됐습니다. 그 자리를 중국의 전자시계가 차지하게 됐습니다.

제가 중국 전자시계를 처음 샀던 것이 1991년이었는데, 그냥 숫자가 나오는 그런 시계였는데 그때 북한돈 100원이었습니다. 아마 그때쯤부터 중국에서 전자시계가 밀려들어왔습니다. 그때 100원이면 비싼 축이었는데 제가 학교까지 1시간 넘게 걸어 다니다보니 시간을 모르면 지각을 하기 쉬워 부모님이 시계를 사주었습니다. 학생 중에 시계를 찬 아이들이 얼마 없어 그때는 전자시계만 차도 되게 있어보였습니다.

이후 30년이 지났죠. 1980년대 북한에서 최고 명품 시계는 세이코였습니다. 일본 총련에 친척을 둔 귀국자들이 세이코 무지 많이 들여와서 팔아먹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세이코도 전자식으로 변하면서 가격이 많이 떨어졌고, 거기에 중국에서 그럴듯한 짝퉁도 많이 생산됐습니다. 이런 세이코도 북한에 많이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각종 브랜드 역시 많이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북한 사람들의 손목은 중국산 전자시계가 차지하게 됐습니다. 벽에 걸린 시계 역시 중국산 벽걸이 시계가 차지했습니다. 이제부터 진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북한이 코로나로 국경을 폐쇄한지 이제 벌써 1년 반이 다 되고 있습니다. 대다수 생필품이 들어가지 못하고 있죠. 북한 전문가들의 관심사는 북한의 쌀값, 옥수수값, 외화 환율 이런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북한 사람들에게 뭘 갖다 줄까요 묻는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요.

요즘 북중 밀무역 종사자들에게 북한에서 가장 많이 요구받는 것이 뭐냐고 물어보면 한결같이 대답하는 것이 있습니다. 식량도, 기름도, 설탕도 아닌 바로 시계 배터리입니다.

대북 봉쇄가 1년 반이 되다보니 북한 사람들이 차고 다니던 시계가 배터리가 나가 다 멈춰 섰다고 합니다. 그런데 북한엔 시계공장만 없는 것이 아니라 시계 배터리 생산 공장도 없습니다. 북한의 시계는 손목시계든, 벽시계든 다 둥근 중국제 배터리를 쓰는 겁니다.

하지만 이 배터리가 수명이 있지 않습니까. 올해부터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가 하나 둘 멈춰서기 시작한 것입니다. 벽시계도 멈춰서기 시작했습니다. 배터리를 갈아줘야 하는데, 솔직히 북중 무역하면서 그리 비싸지도 않은 배터리를 사와서 집에 쌓아둔 사람이 몇이나 있겠습니까. 미리 들어왔던 재고도 불티나게 팔리고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다가 지금은 그것도 없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티비는 정전 때문에 거의 나오지도 않는데다 저녁에만 방영합니다. 노트북 같은 것도 거의 보급이 되지 않았습니다. 유일하게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충전해서 쓰니 시간을 볼 수 있는데, 휴대전화도 인구의 4분의 1 정도만 갖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시간을 볼 길이 없어진 것입니다.

시계란 것이 제가 앞서 말했듯이 언제나 주변에서 볼 수 있을 때는 그게 중요한 것인줄 잘 모르고 삽니다. 그런데 정작 없어져서 시간을 모르게 됐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엄청난 혼란이 생기는 겁니다.

지금 북한이 그 꼴이 났습니다. 습관처럼 멈춰진 시계를 차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시계가 멈춘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엔 북한에서 돌아가는 시계를 차고 다니는 사람이 부러움을 사고 있습니다. 그게 곧 부의 상징이 되고 있습니다. 참 희귀한 세상이 펼쳐진 것입니다.

시계 배터리 그게 만드는 게 그리 어렵습니까.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핵무기 만든다, 대륙간탄도미사일 만든다, 잠수함 만든다 이렇게 떠드는데, 정작 그런 곳에 필수로 들어가는 배터리 하나 못 만들어 수입에 의존해 온 것이 바로 북한입니다. 그러면서 자립식 주체경제를 떠들어왔습니다.

이제 코로나가 더 장기화돼서 북한의 시계가 다 멈춰서면 북한은 정말 경험하지 못한 세계에서 살게 될 겁니다. 정은아, 그러게 미사일에 미쳐 돌아가지 말고 시계 배터리나 만들어.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