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의 1% 이상이 생일을 쇠지 못하는 북한 인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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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1.08.03 16:22


이달 8일 저는 한 유튜브 영상 링크를 받아보았습니다. 제가 아는 형이 생일을 쇠는 영상인데, 케이크를 놓고 친한 동생들이 모여서 축하해 주고 그런 누구나 다 떠올리는 그런 영상입니다.

그런데 그걸 보니 갑자기 북에 있는 한 친구가 떠오르며 쓸쓸해지더군요. 그리고 이 영상을 만들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주성하TV는 구독, 좋아요도 좋지만 끝까지 들어주시면 더욱 힘이 납니다.

이달 8일이란 날짜를 듣자마자 제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았다면 그 분은 북한에 대해 아주 잘 아는 사람입니다. 북한 사람들에게 7월 8일이 무슨 날이냐고 묻는다면 누구나 김일성 사망일이라고 할 겁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손꼽아 보니 벌써 27년 전 일입니다.

아직도 기숙사 방송에서 스피커로 김일성 사망 소식을 전해 듣던 것이 어제 같고, 이후 그날 벌어졌던 일들이 아주 생생한데 벌써 27년이 지났습니다. 그만큼 제가 늙었다는 이야기겠죠. 이 방송 듣는 분들도 김일성 사망 소식을 전달받던 날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요즘 대학에 가면 김일성이 누군데요 하는 젊은 친구들도 있답니다. 태어나기 전에 김일성이 죽었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김일성이 7월 8일에 죽는 바람에 생일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바로 7월 8일생입니다. 바로 제 친구 중에 7월 8일생이 있었습니다.

365일 중의 하루니까 북한 인구의 365분의 1이 해당됩니다. 365분의 1이라면 많아보이지 않아도, 북한 인구를 2000만 명이라고 보면 5만5000명이나 됩니다. 한국에 온 탈북자들이 3만5000명인데,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숫자죠.

이 사람들은 졸지에 생일을 쇨 수가 없게 됐습니다. 김일성 생일에는 술 마시는 것이 금지됐고, 심지어 초기 몇 년은 사람들 앞에서 웃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날 웃는다는 것 자체가 반동처럼 비춰지기 때문입니다. 그때 애도기간에 술을 마셨다고, 또 웃었다고 잡혀간 사람들 꽤 됩니다.

생일 당사자는 멀쩡하게 자기 생일인데도 아침에 일어나서 자기가 속한 조직에 합세해 김일성 동상이나 대형 초상화를 찾아가 꽃바구니를 놓고 애도를 하고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다른 친구들의 생일은 술을 마시며 함께 보냈지만, 그날은 감히 그럴 생각을 못했죠.

북한은 소련 문화권의 영향을 받다보니 생일이면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고 이렇게 보낼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7월 8일은 그런 것을 못했죠.

그나마 7월 8일생인 그 친구를 보면 “생일 축하해”라고 말 정도는 했습니다. 생일 축하한다고 했다고 잡아가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말을 하면 본인이 더 쓸쓸해합니다.

“축하는 뭐”하는데, 속으론 하필 재수가 없이 내 생일에 김일성이 죽냐 이런 생각을 했겠죠. 문제는 7월 8일만 문제가 아니라 7월 7일이나 9일쯤 돼도 생일 재미있게 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벌써 7월 8일이 가까워오면 사회의 분위기가 침울해집니다.

사람들이 진짜로 애도해서가 아니라 조심하느라 웃지도 않고 표정관리를 하다보니 분위기가 그렇게 됩니다. 북한에서 살다 온 사람들은 다 그런 경험이 있을 겁니다. 그러니 7월 7일, 9일 출생자도 생일은 제대로 쇠지 못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북한에서 김일성 사망 때문에 생일 쇠는 거 눈치보고 마음껏 축하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15만 명은 훌쩍 넘겠죠. 지금도 김일성 사망한 날이 분위기가 어떤지는 제가 살지 않아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김일성만 죽었습니까.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이 죽었습니다. 그럼 그날이 생일인 사람들은 막말로 인생이 X가 됐죠. 그날은 술을 마셔도 안 되고, 웃어도 안 되고, 모여서 놀아도 안 됩니다. 가족이 아침에 남이 볼세라 좀 좋은 상을 차려줄 수는 있어도 친구와 이웃들과 생일을 크게 쇨 수가 없습니다.

그럼 김일성, 김정일 사망일을 합치면 북한에서 생일을 잃어 버린 사람이 30만 명은 될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많죠. 1년에 한번밖에 없는, 내가 주인공이 돼 흥겹게 노는 날을 잃어버린 겁니다.

한국에 오니 의외로 여긴 생일을 북한만큼 그리 중요시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도 한국에 와서 생일을 거의 쇠지 않았고, 누가 케이크라도 갖고 온다고 하면 질색을 합니다.

그런데 가난한 북한은 생일이 나름 개인의 가장 큰 명절이라 없는 살림에서도 크게 쇱니다. 아마 한국도 1960년대 가난하던 시절엔 생일을 중요시했을 겁니다. 사회가 빠르게 성장하고 도시인의 삶에 빠지니 생일이 등한시됐을 겁니다.

자, 이렇게 김일성, 김정일의 사망 때문에 생일이 울적하고 눈물겨운 날이 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말씀드렸는데,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제가 살 때 2월 16일생과 4월 15일생도 생일을 온전하게 쇠진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날은 민족의 최대 명절이라고 북한이 말하는 김정일, 김일성 생일입니다. 특히 태양절이라는 4월 15일의 경우엔 모든 기관, 학교에서 체육대회를 합니다. 운동경기죠. 물론 저 개인적으로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누구나 없는 살림에도 능력껏 명절처럼 도시락에 고기도 좀 넣고 기름칠도 해서 갖고 가서 나누어 먹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날이 생일인 당사자들은 억울해 합니다. 이날은 슬플 일도 없고, 웃어도 안 되고 이런 것은 없는데 왜 그럴까요. 어차피 명절이기 때문이죠. 내 생일이 아니더라도 우리 집에선 체육대회 끝나고 나눠먹을 음식을 정성껏 준비합니다. 수십 명이 동시에 준비해 온 도시락을 같이 펴놓으니 남들하고 비교가 됩니다. 그러니 특히 신경을 크게 쓰죠. 어쩌면 생일상보다 더 푸짐하게 준비합니다.

그러니까 어차피 좋은 음식 잔뜩 준비하는 날인데, 내 생일은 묻혀버립니다. 그거 아니면 4월 15일에도 잘 먹고 내 생일에도 잘 먹고 놀 수 있는데, 남들 어차피 태양절이라고 흥겹게 노는 날과 합쳐져 하루로 퉁을 치는 겁니다. 잘 생각하면 당사자는 억울합니다. 여기도 생일이 설과 겹친 분들은 억울할 겁니다.

2월 16일은 추울 때니 체육대회는 하지 않지만, 그날은 다 공휴일이라 집에서 놀기 때문에 아무래도 분위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2월 16일엔 누구 생일이라 모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벌써 김 씨 일가 때문에 생일이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인구의 365분의 4 이상이 됩니다. 인구의 1% 이상이죠. 김 씨 일가가 대를 이어 해먹으면 북한 사람들은 다 생일이 의미없어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황당한 일은 김정은으로 끝내야겠죠.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