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지시 받은 밀수조, 더러는 영웅, 더러는 처형
632 0 0
주성하 2021.08.05 16:55


지금 북한은 코로나 방역을 한다면서 외부와 연결된 문을 꽁꽁 닫고 있습니다. 일부 밀수가 활발하던 지역에는 철조망도 보강해 치고 있고, 밀수가 발각되면 군법에 의해 처형에 이르기까지 단호하게 처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밀수가 완전히 끊겼을까요. 아닙니다. 이 와중에도 몰래 밀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물론 과거처럼 차로 넘긴다던지, 부피가 큰 짐을 고무보트로 넘긴다던지 하는 것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그렇지만 작은 크기의 짐들은 여전히 넘어가기도 합니다.
중국에서 강가에 물건을 갖다 놓으면 밤에 사람이 넘어가 메고 가거나, 또는 밧줄을 이용해 구명대 같은 것에 물건을 매달고 끌어가기도 합니다.

물론 이걸 하는 사람은 목숨을 내대고 하는 겁니다. 밀수에 목숨이 걸렸으니 지금 강을 넘기는 운반비용은 어마하게 비싸지긴 했지만, 그래도 밀수가 끊어지지 않습니다. 한탕 성공만 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걸 보면서 돈이면 귀신도 부린다는 말을 떠올립니다. 사회주의, 공산주의 교육을 반  세기 넘게 받은 북한도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돈이면 못하는 것이 없습니다. 액수가 많으면 김정은도 부릴 수 있죠. 과거 김정은이 5억 달러에 혹해서 남북정상회담에 나왔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겁니다.

앞서 말한 두만강이나, 압록강에서의 개인들의 밀수뿐만 아니라 공해 상에서의 밀수도 몰래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 3월 북한에서 황당한 사건이 하나 벌어졌습니다.

2021년 3월 서해상에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이때만 해도 북한의 세관은 문을 꽁꽁 닫고 어떤 물건도 들여가지 않을 때였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 큰 무역선이 중국과의 중간에 있는 공해 상에 나왔습니다. 중국 쪽에서도 배 한척이 또 나와 접선이 이뤄졌습니다. 미리 시간과 장소를 짜고 이뤄지는 것이죠. 중국 선박에서 건너간 것은 연료와 철강재였습니다. 제가 예전 유튜브를 통해 북한이 문을 열면 철강재와 같은 건설자재부터 들여간다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으실 겁니다. 그만큼 지금 북한에서 수입의 1순위는 건설에 필요한 자재입니다.

김정은이 평양시 5만 세대 건설, 평양종합병원 건설 등 치적으로 내세우려는 건설판은 잔뜩 벌여놓았는데 자재가 없으면 전혀 진척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고층 아파트를 철강재 없이 올릴 수도 없고, 기계 장비 없이 순전히 사람 힘으로만 아파트를 지을 수도 없는 겁니다. 진척이 안 되면 김정은만 우스운 꼴이 되겠죠.

연료는 북한에서 생산되지 않는 것이니 어차피 수입해야 하는 것이고, 건설자재 같은 것은 북한에도 제철소가 있고, 시멘트 공장도 있습니다. 그런데 시멘트는 그럭저럭 생산이 가능한데, 제철소에서 생산하는 철강재는 품질이 너무 떨어져 고층 건물에 쓸 수가 없답니다. 하긴 품질이고 뭐고 이 와중에 제철소가 돌아가면 기적이죠.

그래서 김정은도 가능하면 건설자재를 들여오려 합니다. 하지만 신의주 세관을 열면 전 세계가 그곳을 주시하는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전 세계 언론에서 대서특필할 것이고, 방역을 구실로 모든 문을 꽁꽁 닫아걸고 있는 김정은이 오죽 급하면 저럴까 이런 분석도 나올 것이고, 저걸 열면 다른 것은 왜 못 여냐는 의문도 생길 것이 아니겠습니까.

더욱이 지금 유엔 대북제제에 보면 호텔과 리조트 건설에 쓰는 철강재 반입은 금지돼 있습니다. 철강재가 아파트에 쓰는 것인지 리조트 건설에 쓰는 것인지 가려보기 쉽지 않죠. 그렇다고 외부에서 사람이 들어가 감시할 수도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어차피 들어가는 것 자체가 또 대북제재 항목 위반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그걸 제공하는 중국에게도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북한과 중국이 짜고 감시를 못하는 공해에서 건설자재를 주고받기로 한 겁니다. 배가 나올 정도면 그걸 김정은의 승인 없이 가능한 일이 아니죠. 물론 이병철이나 조용원 정도의 간부가 몰래 지시하면 할 수도 있지만, 들키면 저번처럼 박살이 나니 누가 목을 내대고 그런 지시를 하겠습니까. 이건 김정은의 지시가 확실하다고 봅니다.

이렇게 중국 선박과 북한 선박이 만나 연료와 자재를 옮겨 싣고 헤어졌는데, 주고받을 때 코로나 때문에 사람과의 접촉은 일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가령 악수하거나 마주 서서 말을 하거나 이런 것이 없이 묵묵하게 각자 배에서 작업이 진척이 됐습니다. 이 작업 상황 역시 배에 타고 온 보위원이 보고용으로 다 찍었을 겁니다.

문제는 북한 배가 돌아간 뒤 벌어졌습니다. 세계의 눈도 다 속이고, 사람도 만나지 않으면서 당장 시급한 연료와 철강재를 실어왔으니 어쩌면 성공이죠. 그런데 당시 배를 타고 갔던 사람 중에 일부는 영웅 칭호를 받고, 일부는 끌고 가 바로 죽여 버려서 이게 북한에서 내막을 아는 사람들 사이에 화제가 됐고, 결국 제 귀에까지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아니, 영웅 칭호까지 받았다는 것은 김정은이 아주 만족했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김정은의 고민을 풀어주어 함박웃음을 만들어주지 않고선 밀수를 했다고 영웅이 되긴 어렵죠. 그럼 그 밀수 가담자들이 적어도 영웅은 못돼도 국기훈장이라든가 하다못해 구두표창이라든가 이런 것을 받아야지 처형된 몇 명은 뭐란 말입니까.

일부가 왜 처형됐는지 그 내막에 대해선 북에서 “교역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제기됐다”고만 퍼져있는데 저도 그게 무엇 때문인지 듣진 못했습니다.

뭘까요. 당연히 비리가 있었겠죠. 제 추정으로는 고위 간부들이 1년 동안 국경이 차단돼 꼼짝 못하고 있다가 마침 국가 일로 배가 나간다니 그때 자기 사욕을 챙긴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중국에 있는 부하들을 시켜 이번에 중국에서 배가 나오니 거기에 북한에서 떨어진 진귀한 물건이라든가 장사 물건을 실어오게 해 넘겨받은 것이 아닐까요.

제가 지난주에 북한의 시계가 멈췄다는 내용의 유튜브 방송을 했는데, 시계용 건전지처럼 없어서 난리가 난 그런 품목도 가능하겠죠. 시계 건전지라 해봐야 손톱만한 크기라 한 박스만 들여가도 어마어마한 이윤이 남습니다.

김정은의 지시를 받고 움직일 정도의 무역 종사자들이면 당연히 중국에도 자기 라인들이 있으니 이때라 생각하고 강재나 휘발유용 드럼통 안에 밀수 물건 숨겨 들여왔을 가능성이 높은 겁니다. 물론 정확히 무엇이 걸렸는지 제가 전해 듣진 못했다고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그런데 해상 밀수가 그때 한번 뿐이었겠습니까. 또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제가 말씀드린 사례는 몇 명은 영웅이 됐는데, 몇 명은 처형됐기에 화제가 된 사건입니다. 김정은에게 걸린 죄로 목숨을 잃은 겁니다. 북한에 돌아가는 유명한 말로 “걸린 놈이 죄인”인 겁니다.

이번 사례를 보면 김정은의 지시 사안에도 사람들이 달라붙어 목숨 걸고 사욕을 챙긴다는 것을 우리가 추정할 수 있습니다. 즉 돈이면 북한에서도 귀신은 부릴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 사건입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