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발 처형설의 주인공 리영길 국방상의 인생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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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1.08.06 18:58


오늘은 한때 한국에 처형된 것으로 보도됐지만, 다시금 우리의 국방장관격인 북한 국방상으로 화려하게 재기한 리영길을 주제로 정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북한에선 처형된 고위층이 참 많습니다. 그중에는 그냥 단칼에 죽은 사람도 많죠.

그런데 리영길은 정말 좀 특이합니다. 여러 번 칼을 맞았고, 심지어 한국 언론에 처형설까지 등장했던 인물인데 다시 부활했습니다. 이번 부활은 또 유효기간이 언제까지일지 궁금합니다.

리영길은 지난달 8일 김정은이 금수산기념궁전 참배를 할 때 대장을 달고 나타났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권영진 총정치국장과 정경택 국가보위상 사이에 이렇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정보 당국은 리영길이 국방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자리가 바로 국방상이 설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리영길은 직전에 우리의 경찰청장격인 사회안전상을 하다가 국방상이 됐는데, 이건 승진이라고 볼 수 있죠. 김정은이 6월 말에 북한군 서열 1,2,3위를 한꺼번에 숙청하는 바람에 리영길이 어부지리로 국방상이 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리영길의 이력을 보면 김정은한테 욕을 많이 먹었던 사람입니다. 리영길의 간단한 경력을 보면 김정은 정권 초기엔 동부 전선의 5군단장을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2013년 8월 김격식 군 총참모장이 사라지면서 그 후임으로 총참모장이 됩니다. 그러다가 2016년에 2월에 갑자기 해임됐습니다. 바로 이때 정보 당국이 이례적으로 그의 ‘숙청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알아보니 그는 숙청이나 처형이 아닌 총참모부 작전총국장으로 강등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대장에서 별 하나 떨어져 상장으로 강등됐습니다.

북한군 작전총국장은 그래도 북한군에선 가장 능력 있다고 판단하는 야전군인을 임명합니다. 이병철, 황병서처럼 사복 입고 있다가 갑자기 대장 달고 차수 달고 이런 자리가 아닙니다. 그걸 보면 리영길은 아첨쟁이들이 득실득실하고, 정치군인이 판을 치는 북한군에서 그나마 능력을 인정받는 자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을 잘했는지 2017년 4월 대장으로 재진급했고, 2018년 다시 총참모장에 오릅니다. 역시 작전능력은 인정받았다고 재확인할 수 있죠. 그리고 걸핏하면 숙청이 난무하는 북한에서 불사조의 능력을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2019년에 총참모장에서 떨어져서 사라졌습니다. 이때도 죽은 것 아닌가는 추측들이 난무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다시 공식석상에 나타나고, 1월 노동당 대회 때 사회안전상 하다가 그리고 이번에 국방상으로 다시 발탁됐습니다.

우리라면 상상하지 못할 인사죠. 참모총장하다가 그 밑에서 일하는 작전총국장으로 강등돼 있다가 다시 참모총장에 올라가고, 그러다가 평생 군인으로 잔뼈 굵은 사람이 갑자기 경찰청장이 됐다가 이번에 국방상이 됐으니 말입니다. 김정은은 걸핏하면 사람을 죽이니 살아서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일도 아니라고 칩시다.

이제부터 주성하TV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2016년에 2월에 리영길이 숙청됐을 때 저는 북한 정보망을 가동해 리영길의 숙청 사유를 알아봤습니다.

첫 번째 정보원은 그의 부하들, 부하들이라고 말하지만 그래도 고위 장성들인데, 이들이 평양의 좋은 아파트를 차지하고 살다가 김정은에게 걸려 리영길이 연대책임을 졌다고 했습니다.

약 2년 뒤에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니 대답이 좀 다릅니다. 원산에서 강원도 전방까지 나오다보면 길이 매우 험하죠. 오르면서 40리, 내리면서 40리라는 유명한 철령이 있습니다. 물론 철령은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북한에선 김정일이 쩍하면 전선시찰에 나서면서 험준한 길을 오간다고 철령을 상징처럼 내세웁니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 이 길을 가다가 줴기밥을 먹고 쪽잠을 잤다는 그런 곳입니다.

그런데 여기 길이 나쁘니까 리영길이 강원도 민간인들을 소집해 길을 닦게 했답니다. 몇 달 공사를 벌였다는데, 여론이 당연히 나쁘죠. 그것 때문에 군민들 간에 불화를 만들었다는 책임을 졌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도 어느 것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뭐 중요하겠습니까.

그런데 두 번째 정보원이 전해 준 말 중에 재미있는 것이 있는데, 해임하기 전에 리영길을 내세우고 사상투쟁회의 같은 것을 진행하지 않습니까. 이영길을 비판하는 장소에서 대활약을 하고 진급한 사람이 바로 지금 국가보위상 정경택입니다.

2016년 2월 정경택은 군 총정치국 조직부장이었는데, 리영길을 내세우고 비판하는 노동당 확대회의에서 김정은에게 “가장 맵짜게 토론을 잘한 똑똑한 사람”이란 칭찬을 받았습니다.

“리영길 동무는 당의 신임을 배반하고 어쩌면 그럴 수 있습니까. 당신도 인간인가” 뭐 이런 식이 아니었을까요. 암튼 이후 정경택은 보위성 당 사업을 지도하는 중앙당 8과 책임지도원으로 영전했다가 보위상까지 출세했던 것입니다.

그러면 리영길과 정경택이 앙숙 간인지는 몰라도 감정이 좋을 리가 없죠. 그런데 보십시오. 다시 지난달 초 참배 사진을 보시면 리영길과 정경택이 다시 나란히 서 있습니다. 둘이 지금은 어떤 사이일까요. 김정은이 둘 관계를 모르고 시키진 않았겠지만, 서로 견제하라는 의미일까요. 제가 이 사진을 보고 이번 영상 한번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리영길은 어쩌면 삼수생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이번 국방상 유효기간은 언제까지일까요. 두 번씩이나 칼을 맞은 것을 보면 이쁨 받는 스타일은 아닌 거 같은데, 느낌상 오래 갈 것 같지 않습니다.

이렇게 별을 기분 내키는 대로 뗐다 붙였다 하면서 군부를 관리하면 군부 장성들은 김정은이 무서워 고분고분할지 몰라도 군부에선 얼마나 불만이 많겠습니까. 하루아침에 군부 우두머리들이 계속 목이 떨어지고, 그리고 절차도 없이 밑에 있던 인간이 갑자기 고속도로 타고 승진하고 말입니다. 옛날 가병 집단도 이렇게 운영되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북한을 보면 한 가지 확실한 진리가 있죠. 김정은 곁에 가까이 갈수록 죽을 날이 가까워진다는 것을 말입니다. 리영길의 머리 속엔 지금 살아남자는 생각밖에 없을 겁니다. 북한 고위 간부들이 다 그렇지만, 국방장관마저 벌벌 떠는 북한이 저는 우스울 따름입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