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따윈 개나 줘버려” 주책머리 실종된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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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1.08.13 18:15


오늘은 눈치를 개나 줘버린 김정은이란 주제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젠 왕 놀이 오래 하다보니 자기가 어떤 무소불위의 파워를 갖고 있는지 알아버렸는지, 간부들이나 인민들의 시선 같은 것은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요즘 어떤 것을 보고 제가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두 가지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주성하TV는 구독 좋아요도 좋지만 끝까지 봐주시면 더욱 힘이 납니다.

우선 첫 번째 사례입니다. 우선 북한군 권영진 총정치국장의 승진을 살펴봅시다. 북한군 총정치국장은 오랫동안 북한군 최고위직이었습니다. 1995년부터 2010년까지 15년 동안 총정치국장을 지낸 조명록의 경우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을 역임했습니다. 김정일 다음으로 넘버 2인 셈입니다. 2000년에 김정일 특사로 미국 가서 클린턴 대통령을 만나고 왔죠.

조명록 이후 최룡해, 황병서 등이 총정치국장을 지냈는데, 이들의 위상은 우리로 치면 국방장관이나 합참의장보다 훨씬 더 우위에 있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김정은이 선군정치에서 벗어난다고 하면서 총정치국의 위상을 격하시키긴 했습니다만 여전히 중요한 자리입니다.

이런 자리에 불쑥 생소한 권영진이란 사람이 올해 1월에 올라앉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1월 총정치국장이 되기 전에 계급이 상장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다가 1월 노동당 대회를 하고 대장이 됐는데, 한 달 뒤에 또 차수로 진급했습니다. 그러니까 한 달만에 상장에서 차수로 껑충 올랐는데 엄청난 특혜가 아닐 수가 없습니다.

이건 뭐냐 김정은이 눈치 같은 것은 안본다는 말이죠. 이게 어느 조직이든, 심지어 조폭 조직에도 서열이 존재하는 법이 아닙니까. 기자조차도 차장 건너뛰고 부장이 될 수 없는 거죠. 아무리 회장의 눈에 들어도 승급에 빨라야 몇 년이지, 반 년 차장하고 부장한다 이런 법도 없습니다. 조폭도 마찬가지죠. 서열이 왜 존재하겠습니까. 그걸 지켜줘야 충성을 하기 때문입니다. 서열 파괴는 조직의 사기와 직결됩니다.

북한도 마찬가지죠. 상장 위에 대장이 많겠는데, 갑자기 아랫놈이 벼락같이 승진해 올라갑니다. 물론 올라가봐야 칠성판이 가까워지니 이게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무시당한 겁니다. 그러니 올라가지 못한 다른 고위 장성들은 불만이 매우 크겠죠.

그런데 김정은은 이런 것은 무시하고 내가 삘이 꽂혔다는 이유로 마구 승진시킨 겁니다. 물론 그 삘을 받는 것이 좋은 것도 아닙니다. 죽을 때도 삘이 꽂혀 죽습니다.

6월 말에 북한군 서열 1, 2, 3위인 이병철, 박정천, 김정관 한꺼번에 쳐낸 것도 이런 관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눈치 안보는 겁니다. 조직의 충성도 따윈 개나 줘버리라 이런 것인데, 이게 고도의 통치행위일지 아님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지는 두고 봐야겠죠.

두 번째 사례는 7월에 인민배우가 된 가수 김옥주의 사례입니다. 인민배우는 북한 예술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영예인데, 30대 김옥주가 인민배우가 되니 정말 파격입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좋아하면 그럴 수도 있죠. 문제는 눈치 안보고 좋아한다는 겁니다. 아래 부하들도 보고, 심지어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나 쟤한테 꽂혔어”를 무려 네 번이나 시전했습니다.

6월 국무위원회 연주단 공연에서 26곡이 연주된 가운데 김옥주 혼자서 22곡을 불렀다고 언론들에 많이 나왔죠. 이건 뭐 그냥 김옥주를 위한 독창무대죠.

그런데 이게 한 번이 아니라는 겁니다. 1월 당 대회 폐막공연에서 김옥주는 공연의 서곡, 종곡, 독창 무대 몽땅 차지했습니다. 2월 성명절 경축 공연 때에도 연주단 같이 기념촬영할 때 김옥주는 김정은의 바로 옆자리를 차자하고 사진 찍었고, 2월 16일 광명설절 기념공연에선 김정은이 앵콜 두 번이나 해서 김옥주가 ‘친근한 이름’이라는 김정은 찬양가를 한 공연에서 똑같은 노래를 무려 세 번이나 했습니다. 지는 좋아도 다른 사람들은 뭔 죄가 있어 같은 노래 세 번이나 들어야 합니까.

참가한 사람들 가득한데, 이건 뭐 주변 의식도 하지 않는 거죠. 7월 11일에 예술인에 대한 표창을 수여하는데, 수여식에서 김옥주가 김정은 옆에 찰싹 붙어 앉고, 같은 날에 찍은 또다른 사진인데 이번엔 아예 연인의 포즈입니다. 김정은이 김옥주의 어깨 위에 손을 얹고 김옥주도 김정은 감싸 안고 찍었는데, 친근한 이미지 강조하려는지 몰라도 이런 메시지는 안 먹히죠. 어디 한번입니까. 상습범이데.

명색이 국가 지도자인데 체통도 없이 한 여자에게 이리 주책머리 없이 삘이 꽂혀서야 됩니까. 아니, 설주도 옆에 있는데 말입니다. 왜 이리 주책이 없어졌을까요. 80~90살쯤 되면 주책이 없어지는 줄 알았는데 김정은 보니 30대에도 주책이 없어지는군요. 죽을 때가 된 걸까요.

이거 보면 북한 주민들이 속으로 웃지 않겠습니까. 시선 따윈 아랑곳하지 않는, 나만의 세계에서 사는 김정은의 현재 심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김옥주를 왜 이리 좋아하죠? 김옥주보다 더 예쁜 연예인들도 많고 실력 좋은 여가수들도 많았는데 말입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2018년 남북간 교류가 활성화됐을 때 한국에 왔던 여가수들은 김정은이 다 잡아먹는지 사라지고 김옥주만 남았습니다. 소녀시대 서현과 함께 노래 불렀던 공훈배우 송영도 안보이고, 청봉악단 대표가수 김주향도 없어지고, 모란봉악단을 대표하던 선우향희 류진아 김유경 박미경 김설미 정수향 이런 가수들도 영웅칭호까지 받았는데 사라졌습니다.

김옥주가 2010년대 초반 이설주와 함께 은하수관현악단에서 듀엣으로 있으면서 아주 친해서 뜬다는 말도 있긴 합니다만, 그럼 이설주가 좋아하면 됐지 왜 니가 눈치도 없이 티를 팍팍 내면서 좋아하냐고요.

김옥주가 김정은의 눈에서 하트가 뽕뽕 나올 만큼 진짜 노래를 잘 부르는 걸까요. 유튜브로 검색하면 3년 전에 이선희 가수와 함께 ‘J에게’를 함께 부르는 등 김옥주의 노래가 여럿 나옵니다. 들어봐도 제 스타일은 아닙니다. 저도 노래 듣는 것을 매우 좋아하지만 앞으로도 제 스타일과 김정은의 스타일이 같아지는 날은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