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삼복더위에 전국 학생들을 집에 가두었다
734 0 0
주성하 2021.08.18 16:50


요즘은 정말 더워서 괴로운 날들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저는 더운 게 낫냐, 추운 게 낫냐고 물으면 서슴없이 추운 게 낫다고 할 사람입니다.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는 소한 대한에 똑같은 질문을 해도 서슴없이 추운 게 낫다고 할 겁니다. 그나마 이제는 초복, 중복 다 지나가고 말복이니 한 20일 더 견디면 될 것 같습니다.

올해 여름은 코로나 4단계까지 겹쳐서 예년이면 산이며 바다로 놀라갔을 때인데 이번은 많이들 못 다녔죠. 저는 여름이면 바다를 무조건 갔는데, 이제는 겁이 납니다. 몇 시간만 바닷가에 앉아있으면 살이 익는데, 유튜브 하다보니 새까맣게 얼굴이 타는 게 겁이 납니다. 방송도 아니고, 고작 유튜브인데도 제가 무슨 대단한 방송인이라도 된 것처럼 마인드가 변한 듯싶습니다.

그런데 저는 북에서 자랄 때 여름 방학이면 늘 바닷가에서 살았습니다. 북한에선 인민학교는 7월 중순부터, 중학교는 8월 초인가부터 여름 방학이 시작됩니다. 이젠 하도 오래된 일이라 중학교가 여름방학이 한 달이었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어쨌든 바닷가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백사장에서 수영도 치고, 갯바위에서 성계, 해삼도 따면서 해녀가 아닌 해남처럼 살았는데, 그러다보니 피부가 어떻겠습니까. 거기에 뭐 선크림 같은 것이 있을 리가 만무하고, 피부를 보호하는 그런 크림이 있는 줄도 몰랐죠. 그러니 여름이 오면 피부가 몇 번 벗겨집니다.

제 고향에 가서 아이들을 보면 모두 아프리카 흑인인 줄 착각할 겁니다. 하긴 어른도 바다에 나가 오징어잡이를 하다보니 피부가 새까맣습니다. 그렇죠. 북한 바닷가 마을은 흑인 마을이죠. 그래도 얼굴이 검다고 신경 쓰는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다들 그렇게 살죠.

자라면서 매년 피부가 몇 번씩 벗겨지며 살다보니 저는 제 피부가 햇볕에 엄청 강한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와서도 여름에 선크림을 발라본 기억이 두세 번 밖에 안 됩니다. 그것도 남이 바르면서 같이 하라고 해서 바른 것인데, 그거 바르는 것도 일이더군요. 아무튼 제 머리 속에는 아직도 여름에 선크림 이게 입력이 안 돼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이란 것은 환경에 금방 적응하더군요. 6월 말에 제주도에 강연 갔다가 친한 동생과 함께 가파도에 낚시를 갔는데, 딱 2시간을 방파제에서 낚시를 했는데 피부가 그냥 새까맣게 탔습니다. 서울 돌아와서 삼사일 있다가 피부가 벗겨지는데, 목이 벗겨지고, 팔이 벗겨지고 그게 한 달 그리 가더군요. 2시간 즐거웠다가 살이 익어 한 달 허물을 벗었습니다.

아무튼 두서없이 제 이야기를 한참 했습니다. 제 고향 백사장에는 올 여름에도 아이들이 그렇게 몰려들어 놀겠지요. 제가 30~40년 전에 딩굴었던 그 백사장에서 말입니다.

그런데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아이들이 백사장 아니면 갈 곳이 없습니다. 거기에 놀이기구가 있었겠습니까. 게임기가 있었겠습니까. 지금도 전기 사정이 매우 안 좋은데 바닷가 아이들은 갈 곳이 백사장 밖에 없는 겁니다.

제가 자랄 때 우리 마을엔 선풍기가 있는 집에 몇 집 안됐습니다. 저희 집에도 없었습니다. 기온이 올라가면 집이 한증탕이나 마찬가지죠. 문 다 열어놓는 방법 밖에 없는데, 이때는 또 파리 모기가 들어오니 그거 막는 방풍막 같은 것은 설치합니다.

여러분,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지금 한 여름에 집에 에어컨도 없고, 심지어 선풍기조차 없다면 견디겠습니까. 저희는 참 좋은 시절에 사는 겁니다. 1960년대쯤엔 한국이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고 그랬을 겁니다. 그때는 그게 당연한 듯 생각했죠.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여름의 무더위를 견뎠는지 모르겠습니다. 북한은 지금도 지방은 에어컨을 단 집이 없습니다.

바닷가 아이들은 더워서라도 백사장에 나가 물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물론 제가 자란 환경이 바닷가이니 그렇지 바다 없는 농촌에선 강에 갔겠죠. 도시 아이들도 강에 가고, 산에 가고 그러며 여름 방학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그게 안 됩니다. 기막히고 불쌍한 북한 아이들의 현실을 한번 들어보십시오.

올해 북한 학교 사정이 어떠냐면, 코로나 방역 때문에 개학을 6월 5일에 했습니다. 원래 4월 1일에 개학인데, 코로나가 없다면서 왜 학교까지 문을 닫고 이리 엄격하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개학일 전에 봤어야 할 대학입학시험도 6월에 쳤습니다. 북한도 교육이 코로나 때문에 완전히 뒤죽박죽이 된 겁니다.

문제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일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다는 겁니다. 원래 어느 마을이나 오후가 되면 아이들이 막 쏘다니며 여기저기서 노는 것이 일상의 풍경이죠. 그런데 활동성 높은 아이들이 그렇게 다니는 것도 코로나 방역지침 위반이라는 겁니다.

지금 북한이 어떤 상황이냐. 도시는 아파트마다, 농촌은 길목 입구마다 방역초소라는 것이 만들어졌습니다. 어른들도 집에 들어갈 때마다 방역증을 제시해야 합니다. 체온이 얼마고 증상이 있는지 없는지 뭐 그런 것을 매일 기입한 것을 보여줘야 초소를 통과해 집에 들어갑니다.

우린 식당 같은 데 들어갈 때 QR 코드 찍죠. 북한은 집에 들어갈 때 찍는 거나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이거 없으면 자기 집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 어른들이야 그렇다 칩시다. 그런데 아이들은 집에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게 합니다. 아이들에게 고문도 이런 고문이 따로 있을까요. 학교 갔다가 바로 집이라는 감옥에 갇히는 겁니다.

문제는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북한의 가정집에는 에어컨이 없다는 겁니다. 극히 부자집은 있을지 몰라도 이것도 전기가 없으면 무용지물입니다. 태양광 패널 갖고는 에어컨 못 돌립니다. 선풍기는 제가 있을 때보다 많이 도입이 됐지만, 선풍기는 선풍기일 뿐이죠.

여름에 30도 넘어 고온이 지속되면 제일 더운 것이 집입니다. 제가 자랄 때는 해변이라도 가서 찬 바닷물 속에서 몸을 식힐 수가 있었죠. 요즘 아이들은 그것도 못한다는 말입니다.

웬만한 농촌에선 눈을 감아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이게 쉽지 않습니다. 방역지침 위반은 군법으로 다스리라 하지 않습니까. 아이들이 바다에 나가면 군법은 적용되지 않겠지만, 부모가 또 불려 다니면서 교육을 잘했니 못했니 하면서 얼마나 괴롭힘을 당하겠습니까. 부모를 잡아간다면 아이들이 밖에 나갈 수 있을까요. 코로나가 없다면서 김정은의 히스테리적 방역지침에 온 나라가 감옥에 갇혔습니다.

아이들은 더운 것보단 마음껏 뛰어 놀 나이에 집이라는 감옥에 갇힌 그것이 훨씬 더 스트레스가 클 겁니다. 저만 해도 눈앞에 바다가 보이는데 저길 나가 헤엄을 칠 수가 없다면 미쳐버릴 것 같았을 것이고, 이렇게 정신건강에 타격을 입으면 지금처럼 온전한 상태의 어른이 됐을지도 의문입니다.

제가 지금 북에 있지 않는 게 얼마나 천만다행입니까. 김정은은 온 나라를 망치다 못해 어린 아이들의 심성까지 망치고 있습니다. 정말 어디에도 도움이 안 되네요. 지금까지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