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지하철 타려다 사람들앞에서 기는 법부터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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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1.08.20 15:02


오늘은 제가 한국에 와서 처음 지하철 타던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오던 이야기, 첫 서울 나들이로 외출했는데 하필 영등포 사창가를 관통해 지나가며 충격 받았던 이야기 등을 들려들었는데 오늘은 그 연장선이죠. 예전 이야기인데 은근히 조회수가 높아서 이런 것도 인기가 있구나 싶어 계속 하겠습니다.

처음으로 지하철 타다가 망신당했던 이야기, 지하철 타고 가면서 봤던 서울 시내에 대한 느낌을 오늘 말씀드릴 건데, 주성하TV는 구독, 좋아요도 좋지만 끝까지 들어주시면 더욱 힘을 얻습니다.

때는 대성공사에서 조사를 받던 막바지였습니다. 조사할 건 다 끝나고 하나원 가지 며칠 전쯤으로 기억하는데, 제 담당 요원이 찾더라고요. 어디 가자고 해요. 정장 입고 나오랍니다.

이미 얼마 전에 양복도, 구두도 다 샀으니까 넥타이까지 딱 매고 신사 복장으로 나가니까 이번엔 차가 아니고 정문 나와 걸어가는 겁니다. 높은 대문을 나와 서울 거리를 걸어가니 감개무량하죠.

그때 제가 있던 대성공사 방에서 밖을 내다보면 대방e편한세상 1차 아파트가 한창 건설되던 때였습니다. 매일 창문으로 아파트 올라가는 속도 보면서 한국의 건설역량을 가늠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파트가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나는 언제쯤이면 저런 아파트 살 수 있을까, 한국 사회에 나가 몇 년 일하면 저런 집을 마련할 돈을 벌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그 아파트 건설되는 것을 보면서 저는 내 집 마련의 꿈을 가졌죠. 지금도 여전히 꿈이지만 말입니다. 꿈꾸는 삶이 아름답다고 하죠. 여전히 저는 아름답게 살고 있습니다.

대성공사에 있을 때 한국의 평균 소득 수준을 보면서 한 10년 열심히 벌면 저런 집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조사요원들에게 궁금해서 저런 집 얼마나 합니까 물었는데 누구도 대답해 준 사람이 없어 더욱 궁금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유튜브 만들면서 나에게 꿈을 심어주었던 대방e편한세상의 분양가를 처음 찾아봤습니다. 2003년 6월 입주할 때 34평형 1억7000만 정도에 추가부담금 합쳐서 2억1000만 원 정도 했더군요. 지금 네이버 부동산에서 찾아보니 14억까지 나와 있습니다. 7배가 뛴 것인데, 저도 19년째 열심히 뛰었지만, 아파트 가격이 저보다 늘 한걸음 더 빨랐던 것 같습니다. 이젠 따라잡을 생각도 안합니다.

“그래, 너는 열심히 뛰어가. 나는 기권이다.” 기권한지 꽤 됐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선 오기까지 생겼죠. “그래, 너는 열심히 올라가. 내가 절대 널 사나 봐라” 이러고 있습니다.

갑자기 이야기가 아파트 이야기로 샜는데, 부동산 이야기는 또 들어도 싫지는 않겠죠. 다시 그날로 돌아가 창문으로 봤던 아파트를 좀 더 가까이에서 쳐다보며 대방역으로 갔습니다. 어딘지 모르고 따라가니 지하철역이었던 것이죠.

그런데 그게 왜 하필 대방역이었던 것은 함정이죠. 신길역쯤 갔어도 신기해했겠는데 당시도 그랬지만 지금도 대방역은 지하철 역 중에서 제일 후진축에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평양에서 으리으리한 지하철 역사만 봤던 저로서는 “이게 서울의 지하철역이라고, 뭐가 이렇게 낡고 더러워. 잘 산다고 알고 왔는데 속은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의 지하철역은 땅에서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는데, 대방역은 굴다리 같은 곳을 지나 위로 올라갑니다. 역 안에서 요원에 종이표를 사서 주더군요. 이걸 구멍에 넣고 어쩌고저쩌고 설명합니다. 대방 지하철 표 넣는 곳 삼바리봉 앞에 딱 서서 주변 사람들 곁눈질해보니 종이표를 넣고 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나도 태연하게 넣으라는 곳에 종이표를 쓱 넣었죠.

그런데 이 넘이 분명 구멍에 들어갔는데 요 앞에 구멍으로 쓱 다시 나오는 겁니다. 표를 토해내는 거예요. 저는 평양에서 지하철 많이 탔던 사람입니다. 평양 지하철은 10원 동전 넣고 들어가면 됐습니다. 그러니까 넣기만 하면 됩니다. 그 정도야 어렵지 않죠.

그런데 서울 지하철에 오니 넣었으면 고맙게 받아먹어야지 그걸 또 쏙 토해내는 거예요. “야, 네가 먹기 싫냐” 이런 생각이 들어 나온 표를 쏙 빼서 다시 구멍에 넣었습니다. 제가 그 시스템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이번엔 안나왔던 것 같아요.

“그래, 그럼 그렇지” 하고 들어가려는데, 철봉이 움직이지 않네요. 옆을 보니 남들은 쭉 밀고 잘 들어가는데 저는 밀어도 돌아 안가요. 내가 북한에서 온 거 아는지 말을 듣지 않는 겁니다. 막 당황했는데 먼저 들어간 요원은 빨리 오라고 하지, 내 뒤엔 사람들이 있지 점점 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진짜 있는 힘껏 밀었는데 역시 안돌아요. 철봉이 무지 힘이 세더군요. 그래서 제가 어떻게 했을까요. 평양 지하철에서도 개찰구에서 문제가 있을 때가 있어요. 그럼 저는 훌 뛰어넘어갔죠. 그런데 여기는 서울입니다. 폼 나게 뛰어넘고 싶어도 저는 서울에선 아주 겸손해지기로 순간적으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삼바리 철봉 밑을 겸손하게 기어 넘어갔습니다. 저는 서울에 와서 새로운 삶을 살면서 법을 아주 잘 지키고 살고 싶었는데, 이 대방 지하철역이 한국에 와서 최초로 지하철을 타는 저를 표가 없어 기어 들어가는 범죄자로 만들었습니다.

들어가니 지하로 들어갈 줄 알았는데 계단으로 올라가요. 올라가보니 플랫폼이 있었습니다.
속으로 “지하철 타려 간다고 하더니 기차역에 데려왔네. 거짓말했군. 아니, 여긴 이렇게 바깥에 다니는 기차를 지하철이라고 하냐. 희안하네”라고 생각했죠.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탔는데 그때 대방에서 신도림 와서 2호선 갈아타고 잠실역에 갔습니다. 그런데 그 코스가 신도림, 대림, 구로디지털단지, 신대방, 봉천 이쪽으로 밖을 다니는 철로가 아닙니까. 지금도 그 지역이 낙후하지만 그때도 엄청 낙후했죠.

밖을 내다보니 이건 뭐 중국보다 더 잘사는 곳 같지 않아요. 집들도 빌라가 빽빽하게 늘어섰는데, 제가 중국에서 티비로 봤던 멋있는 서울은 온데 간 데 없습니다. 속았나. 전철 타고 가면서 받은 서울의 첫 인상은 지하철역도 더럽고, 거리도 볼품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한참을 타고 가다보니 기차가 지하로 쓱 들어가요. “아, 지하철이 맞긴 맞네” 이러고 가는데 내다 볼 것도 없어 이번엔 사람 구경을 하면서 갔죠.

그러면서 도착한 곳이 잠실역이었는데 거기 가서야 “아, 내가 서울에 오긴 왔구나”가 실감이 났습니다. 잠실 롯데호텔이 도착지였는데 들어가니 눈이 커지더군요. 거기 투명 엘리베이터가 오르내리는 거 다 보이지 않습니까.

문제는 잠실역 도착했는데 표가 없으니 또 기어나갔습니다. 거긴 또 왜 그리 사람이 많습니까. 정말 촌놈 된 기분으로 쪽 팔리며 얼굴이 빨개져서 기어나갔습니다. 서울 첫 나들이 때부터 저에게 바닥에서 기는 법을 확실하게 배워준 대방역과 잠실역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롯데호텔엔 왜 갔을까요. 궁금하시죠. 그래서 그걸 다음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싸가지 없는 한국 누나들과의 만남. 그 이야기를 또 와서 들어주십시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루시아 장 08/21 12:33 수정 삭제
주기자님 그래도 기자님은 삼다리 철봉밑으로 표가없어 기어나갔다니 그래도 다행입니다
저는 수원역에서 눈치껏 지철표 사고 중국베이징 지철에서 표를 구멍에넣고 그냥 나가는거 한번보고
그대로 한다고 표 넣고 삼다리 밀고 그냥나가 명학역에서 저사람들 어데서 표있어 구멍에넣고나가나 개찰구에서 아이를 업고 서성이는거보고 직원이 묻기에 사정얘기하니 표가지고 와야한다고
그럼 이젠 어찌해야하나 하니 다시표사서넣고 나가라고
천백원이였나 표값 ? 사서다시내고 나왔습니다
지하철 학비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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