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간부 처형, 김정은이 대노한 국가적 ‘중대 사건’의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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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1.08.30 15:19


지난 6월 29일 김정은이 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소집해 “국가와 인민의 안전에 커다란 위기를 조성하는 중대 사건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엄중한 후과가 초래됐다”고 하면서 고위 간부들을 무리로 처벌한 일이 있었죠.

이 사건으로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해임된 것으로 보이고, 최상건 교육 및 보건담당 비서는 회의 중에 끌려 나가 어떻게 됐는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박정천 군 총참모장은 원수에서 차수로, 김정관 국방상은 차수에서 대장으로 강등됐습니다. 윗 대가리들이 이렇게 처벌되면 그 아래 수십 명이 줄줄이 같이 처벌받습니다. 가령 최상건 교육비서가 처형됐다 이러면 그 아래 차관급, 국장급 줄줄이 목이 날아가는데, 우리가 알 수는 없는 것입니다.

국정원은 이에 대해 의주 비행장 방역설비 미흡과 군량미 부족 등이 이유라고 밝혔는데, 그것도 맞는 말일 수 있겠지만 문책 이유가 다른 것일 수도 있습니다. 김정은이 전원회의를 열기 전에 북한에서 한 고위급 무역간부가 처형되고, 중국의 나름 유명한 사업가가 북한에 체포돼 억류된 정보를 단독으로 입수했습니다.

그리고 북한 주재 중국 대사가 임기가 끝나 교체해야 하는데, 북한이 신임 대사를 받지 못한다고 해서 중국이 열 받았다는 내용도 단독으로 전해드립니다. 이건 북중 관계에 불협화음이 생기는 신호이기 때문에 우리가 예의주시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2월 중국 주재 북한 대사가 교체됐습니다. 내각 부총리까지 지낸 리용남이란 인물이 대사로 갔는데, 그럼 전임 대사인 지재룡은 북한에 돌아가야 하겠죠.

그런데 북한이 지재룡의 귀국을 거부하는 바람에 그는 아직 베이징에 머무르고 있다고 합니다. 지재룡은 1942년생으로 나이가 80세인데도 애매한 상태에서 중국에 사실상 격리된 수준의 불쌍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야 북한으로 귀국하면 각종 동원에 끌려 다닐 생각으로 아득하고, 중국에 있는 게 차라리 낫겠지만, 지재룡처럼 80세 된 노인이야 공사판에 끌어내지 않겠죠. 이제 평양 집에 돌아가 아들, 손주들 보면서 여생을 지내면 되겠는데, 북에서 받지 않아 베이징에서 기약 없는 시절을 보냅니다.

수차 말씀드렸지만 3월에 일방적으로 철수한 말레이시아에 있던 북한 대사관 수십 명도 베이징에서 발이 묶여 움직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노동당 국제부 부부장을 지냈던 지재룡도 돌아가지 못하는데, 말레이시아 대사관 사람들이 못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죠.

제가 이 말을 드리는 이유는 그만큼 북한이 해외에 있던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철저히 금지한다는 이야기를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이런 철저한 폐쇄가 비단 북한 외교관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단독으로 확인한 사실인데, 리진쥔 북한 주재 중국대사도 임기가 끝나 교체해야 하는데, 북한이 새 대사를 받기를 거부해 대사 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리진쥔은 2015년 3월에 부임했는데, 원래 북한 주재 중국 대사들의 임기는 대체로 5년입니다. 리진쥔 대사는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부장을 지내던 인물인데, 이 사람도 돌아와서 승진을 해야죠. 2020년 3월이면 교체돼야 하는데, 리 대사는 불쌍하게도 평양에 갇혀 돌아오지 못하고 나이만 먹어갑니다.

왜냐면 북한이 새 대사를 받기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으로선 새 대사를 파견할 의무가 있잖아요. 리 대사도 거기 그냥 가둬둘 수는 없으니 북한에 사정을 했답니다. 그냥 특별비행기 한 대 내서 순안공항에 착륙시키고 딱 대사 한 명만 내려놓고 오겠다 이랬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그것도 안 된다고 거절했습니다. 이건 확인한 팩트입니다.

새 대사를 받지 않겠다고 하니 그렇다고 북한처럼 중요한 우방국에 대사 자리를 공석으로 둘 수 없어 리진쥔은 지금 1년 반 동안 그냥 평양에 잡혀 있습니다. 아마 속으로 엄청 열 받을 겁니다. 이거 승진도 못하고, 그새 대외연락부 좋은 자리는 후배들이 다 차지할 것이고, 게다가 물자가 부족한 평양에서 사는 것도 인질과 다름없는 삶인데 과연 좋을까요.

자, 이렇게 북한이 대사급 교류도 막고 있는데 이런 와중에 간이 크게 북한에 중국 사업가를 데리고 들어간 북한 무역일꾼이 나타났습니다. 이름과 직책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중국 대방을 데리고 들어갈 정도면 고위급이 분명하겠죠.

이 사람이 자기가 들어가고 싶다고 하면 들어가겠습니까. 더구나 중국 사람까지 데리고 말입니다. 이 무역일꾼에게 또 윗선이 있는 겁니다. 그 사람은 아주 예외적으로 받으라고 지시가 떨어져야 신의주 세관에서도 통과시켜 줄 것이 아니겠습니다. 그 정도 윗선이면 리병철이 아닐까 저는 조심스럽게 추정해 봅니다.

이 무역일꾼이 중국 사업가를 데리고 들어간 이유가 사적 이해관계 때문은 아니라고 합니다. 김정은이 얼마나 많은 공사판을 벌여놓고 아래 간부들을 닦달질 합니까.

평양종합병원부터 시작해, 평양시 5만 세대 건설도 그렇고, 의주 비행장 대규모 방역시설 완공도 그렇고 아무튼 주는 것은 없이 하라는 것 투성입니다. 올해 2월에도 5개년 계획 올리라고 해서 올리니 이게 또 원하는 것만큼 숫자를 적지 않았다고 김두일 경제비서를 현장에서 끌어내가고, 또 숱한 간부들 해임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들어보니 경제비서가 무슨 신입니까. 철강재, 시멘트 이런 것을 중국에서 들여오지 못하게 하면서 또 평양 아파트 건설 과제는 잔뜩 부여하니 도대체 무슨 수로 김정은 비위를 맞춘다는 말입니까.

이런 상황에서 여러분이 북한 간부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못 하면 못 했다고 처벌하고 죽이고 하니 무조건 하긴 해야 하는데, 북한에 필요한 물자가 있을 리가 만무합니다. 가령 자외선 소독기 같은 것은 북한에서 못 만드니 무조건 중국에서 수입해 와야 합니다.

그래서 결국 북한 고위간부들의 선택은 못해서 목 잘리는 것보다는 편법을 써서 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었습니다. 못하면 딱 눈에 보여 처벌 가능성이 100%인데, 중국에서 몰래 물자를 구입해 마무리하면 들키지 않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살 확률이 더 높은 것은 몰래 중국에서 물자를 들여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래 간부에게 지시했겠죠. “아이구, 나 죽겠다. 내가 몰래 이러저런 판을 깔아줄거니 네가 중국 가서 이런 물자나 투자자 좀 끌어와라” 이러겠죠.

그래서 이 무역일꾼이 움직였고, 중국 사업가를 데려갔습니다. 눈으로 현장을 보여주고, 이러이러한 것들이 필요한데 네가 이러이러한 것을 해결해주면 앞으로 북에서 이러이러한 이권을 보장해주겠다 이렇게 할 작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처럼 철저한 감시 사회에서 이게 어떻게 걸렸습니다. 운이 나빴던 것이죠. 김정은이 대노해서 이 무역일꾼은 즉시 체포돼 처형됐습니다. 자기 사적 이해관계를 위해 그런 것도 아니고, 김정은이 지시한 공사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한 것인데 너무 한 것 아닌가요. 김정은은 나 모르게 중국에서 들어왔다고 분노한 것입니다. 이 사건 때문에 북한 고위간부들이 줄줄이 처벌된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같이 갔던 중국 사업가는 즉시 억류돼 북한에 잡혀 있다고 합니다. 이 사람도 북한 도와주려 갔다가 졸지에 봉변을 당하게 됐습니다. 이 사업가가 처음 북에 간 것도 아니고, 나름 오랫동안 북한과 교류했던 사업가라고 하는데 과거 뭘 해주었다는 것 따위는 필요가 없었습니다. 어쨌든 솔선수범해서 북한과 거래하는 건 그만큼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다른 중국 사업가들에게 깨우쳐주는 의미는 있다고 봐야죠.

이 사업가를 꺼내기 위해 중국이 노력한다고 하는데, 언제가 됐던 데려 가긴 할 겁니다. 그 사람이야 뭔 죄가 있겠습니까. 오늘 말씀드린 사실은 김정은이 코로나에 여전히 얼마나 민감해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팩트입니다. 그리고 김정은이 지금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하고 있는지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북한 간부들 정말 불쌍합니다. 이러면 이랬다고 죽이고, 저러면 저랬다고 죽이고. 살아날 경우의 수가 없네요. 달아나려고 해도 달아날 수도 없고요. 서울에 앉아서 북한 간부들 욕하기도 참 미안할 따름입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