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부산까지 연결됐다는 북한 땅굴론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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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1.09.02 17:46


오늘은 북한의 땅굴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북한 땅굴에 대한 각종 주장은 제가 볼 때 거의 괴담 수준으로까지 번지고 있고, 어떤 사람에겐 이게 거의 신앙처럼 자리 잡고 있습니다.

북한의 땅굴이 서울 지하철과 연결돼 있어 전쟁이 발발하면 엄청난 규모의 북한 특수부대가 서울에 침투해 혼란을 일으킨다 이 정도 주장은 애교고, 어떤 사람은 북한 땅굴이 미군 기지가 있는 평택까지 갔다는 사람도 있고, 또 부산까지 갔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평택과 부산까지 땅굴이 연결됐다는 사람들을 보면 저는 제 정신인 것 같지 않습니다. 도대체 과학과 상식은 어디다 말아먹었을까요. 오늘 북한 땅굴에 대한 논란 정리해 보겠습니다.

우선 발견된 북한 땅굴 현황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발견된 북한 땅굴은 모두 4개입니다.

1974년부터 1978년까지 3개가 발견됐고, 1990년에 또 하나 발견됐습니다. 1990년에 발견된 땅굴은 귀순한 신중철 대위가 증언해 발견했는데, 굴착 형태 등 다양한 모양을 통해 1970년대 팠던 것이 나중에 발견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북한은 왜 땅굴을 파기 시작했을까요. 이걸 알려면 1964년부터 1973년까지 진행됐던 베트남전쟁을 알아야 합니다. 당시 베트콩은 도처에 땅굴을 파서 재미를 참 많이 봤죠. 미국이 땅굴 앞에서 고전하는 것을 본 김일성이 우리도 땅굴로 분계선을 통과해 습격하면 괜찮겠다 싶으니 땅굴 굴착을 지시했습니다.

땅굴이 그래서 파기 시작한 것인데, 지금 발견된 땅굴 4개 외에 더 있는지는 물론 저도 모릅니다. 제가 알면 최소 몇 억 보상금 받지 않을까요. 땅굴은 어디까지 올 수 있을까가 오늘 주제입니다.

지금까지 남쪽으로 가장 많이 내려온 땅굴은 군사분계선에서 1.5㎞ 정도 아래까지 내려왔던 4땅굴입니다. 제일 길게 파내려온 땅굴은 1땅굴로 북한 구간까지 포함해 3.5㎞ 정도 팠습니다. 4개를 토대로 유추하면 북한은 분계선에서 약 500~2000m 후방쯤부터 시작해 파들어 오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3.5㎞도 못 와서 다 들켰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귀순자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1998년 이후부터 대략 30곳 정도 추가로 땅굴 시추작업을 진행했지만 결국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북한 땅굴이 평택, 부산까지 연결됐다는 사람을 보면 아이큐가 의심스럽고, 서울까지 연결됐다는 사람을 보면 그런 걱정을 할 수는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청와대 아래까지 북한 땅굴이 내려왔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청와대 아래까지 내려왔다는 걸 알면 잡으면 되지, 보지도 못한 것을 어떻게 청와대까지 왔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저 개인적으로는 북한 땅굴이 서울까지 연결되지 못했다고 봅니다.

서울까지 연결하려면 서울과 직선거리로 가장 가까운 개성공단 인근에서 파서 청와대까지 도달하는 경우 약 40㎞ 거리가 나옵니다. 이걸 비밀리에 파야 합니다. 그런데 그게 불가능하다고 보는 이유는 세 가지인데, 첫째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고, 두 번째로는 군사전략적으로 불필요하며, 세 번째로 기밀 유지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우선 땅굴을 파려면 시작점을 깊이 잡고 도달점까지 서서히 올라와야 합니다. 이유는 지하수 때문입니다. 땅굴을 시작점부터 점점 깊이 파고 들어가면 아래로 내려갈수록 물이 고입니다.

그러면 양수기를 동원해 물을 퍼내야 합니다. 문제는 양수기를 돌려 물을 뽑으면 들킨다는 겁니다. 서울의 지하철 공사장에선 양수기 돌려도 됩니다. 비밀도 아니니까. 그러나 은밀성이 요구되는 땅굴은 북한에서 양수기를 돌려 물을 뽑아야 합니다.

서울까지 오려면 양수기가 100리 밖에서 물을 뽑아 와야 하는데, 이 정도 양수기는 엄청 커야 합니다. 그럼 크기와 소음이 장난이 아닐 건데, 비밀 유지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파다가 갑자기 지하수가 터지면 이걸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한강 하구는 물이 많아서 지하수 피해서 상당히 어렵고, 어디서 물이 터질지 정말 모릅니다.

북한의 모든 땅굴은 바로 이런 문제 때문에 북한쪽이 제일 깊고, 위로 올라오는 구조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야 석수가 터져도 자연적으로 흘러서 북한 쪽으로 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40㎞를 파고 오려면 북한쪽에서 도대체 시작점을 얼마나 지하 깊숙이 잡아야 할까요.

제일 어려운 것이 물을 퍼내는 문제이고, 두 번째로 버력을 처리하는 문제인데 40km나 파면 엄청 나겠죠. 밤마다 차로 몰래 갖고 가야 하는데, 이게 1960년대는 통했는데, 최근 수십 년 동안엔 정찰 기술이 발달해서 밤에 북한군 쪽에서 차들이 움직이는 것이 다 포착됩니다.

그러니까 최고 1990년대 이전에 서울까지 이미 왔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것도 소리가 날까봐 발파도 못하는데 정대로 어떻게 팝니까. 3.5㎞ 정도 파와도 분계선 넘는 순간 소음 때문에 들키는데 어느 땅굴은 40㎞ 파도 안 걸릴 수가 있을까요? 몇 년을 파야 합니까.

두 번째 이유로 군사전략적 가치를 들 수 있는데, 솔직히 제가 군 사령관이면 굳이 서울까지 그렇게 힘들게 올 필요가 없습니다. 한국군 주력이 버티는 분계선 1차 방어선만 뚫으면 쭉 내려올 수 있기 때문에 분계선 방어선 뒤쪽까지 몰래 땅굴로 병력을 보내 전방 방어군의 뒤를 때리는 것이 가장 실리적입니다. 방어선부터 뚫어야지 서울에 특수부대 와서 좀 혼란을 주더라도 전방에서 한국군이 버티는 한 이런 것은 전세를 바꾸는 데는 역부족입니다.

40㎞ 정도 파 들여오는 품이면 4km 정도 땅굴 만드는 것의 10배가 아니라 거의 100배의 품이 듭니다. 여러분이 북한 사령관이면 전방 후방까지 땅굴 100개를 만들겠습니까, 아님 서울까지 한 개를 만들겠습니까. 이건 상식의 문제입니다. 또 전방 후방까지만 들어와도 밤에 도보로 서울 침투하면 되죠.

병력은 분산시킬수록 안전합니다. 우리가 북한 땅굴을 찾았는데 모르는 척 한다는 얘기도 있죠. 땅굴로 들어왔는데 우리가 이미 지키고 있으면 그건 독안의 쥐인 겁니다.

100개로 한꺼번에 들어오면 놓치는 부대도 있겠지만 하나에 몰빵하면 들키면 전멸이죠. 몇 백명 보내려고 서울까지 땅굴 40㎞나 손으로 파면 수지 안 맞으니 적어도 대대, 연대급은 보내야 하는데, 요즘은 대대, 연대급의 전방 이동은 우리가 손금 보듯 합니다. 밤에도 정찰기가 적외선으로 다 보니까 설사 땅굴이 지금 존재해도 북한군 특수부대가 대규모로 땅굴로 사라져 올 수가 없다는 겁니다. 무용지물이 되는 겁니다.

세 번째로 비밀유지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1983년에 대대 참모장인 신중철 대위가 와서 땅굴 좌표 찍어주었죠. 전방에 근무하면 대위 정도도 땅굴 위치 안다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탈북자들이 3만5000명이나 왔습니다. 땅굴 파는데 동원되거나 연계된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죠. 땅굴이 있으면 파는 데 동원되는 사람, 그리고 계속 물을 퍼내며 그 이후 수십 년 동안 관리하는데 연계된 사람이 없을 수가 있을까요.

설사 탈북자 중에 없다고 해도 저만 해도 김정은에게 올라가는 보고서 다 입수해 보고하는 세상인데, 땅굴 하나 알려주면 포상금이 최소 10억은 나올 건데, 발견 못한 땅굴이 있으면 정말 확실하게 제가 정보를 갖고 올 수 있습니다. 북한군 고위급에게 1억만 주어도 아마 비밀이 다 나올 겁니다.

그밖에 기타 이유로 북한의 경제력이 땅굴에 그렇게 큰 품을 들일 정도로 대단하지 않습니다. 또 하나 땅굴은 방어용이 아니라 선제공격용입니다. 북한이 남침해서 한국을 먹을 수 있다는 자신감은 많이 쳐져도 고작 1970년대 중반까지입니다.

그 이후부터 한미 연합군과의 격차가 계속 벌어져서 공격하면 오히려 평양이 수복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졌죠. 그러니 방어력 키우는데도 급급하다가 이제는 게임도 안 되게 격차가 벌어진 북한이 무슨 선제공격용인 땅굴을 파며 돈을 낭비하겠습니까.

지금까지의 분석은 제 개인적 생각입니다. 저도 땅굴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없을 가능성에 훨씬 더 큰 역점을 둡니다. 그럼에도 설사 서울까지 연결된 것이 있다고 합시다. 그럼 들어오라고 해봐요. 천 만 도시 서울이 북한 특수부대 몇 백, 몇 천 명에게 휘둘리겠습니까. 서울에 군 경력이 있는 예비군만 수 백 만입니다. 그러니까 와도 별 것도 아닙니다. 이렇게 지금까지 북한의 땅굴설에 대해 해부해봤습니다. 유익했다면 추천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