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은색총의 비밀, 지휘관이 전투 패배보다 더 두려운 상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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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1.09.24 10:49


오늘은 밀리터리 마니아들 사이에서 종종 화제가 되고 있는 북한군의 이상한 총의 정체에 대해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북한에서 외부에 공개되는 사진은 대개 선전용이 많죠. 그런데 북한군 관련 사진을 보면 은색의 번쩍번쩍한 총들이 종종 등장합니다. 그러니까 “북한군이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정규군인데, 저 총은 뭐냐, 진짜 은이냐, 왜 저런 총을 만들었지” 등등의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적지 않더군요. 그래서 오늘 그 총이 뭔지, 그 총을 잘못 다뤘다간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등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북한 사진에 등장하는 은색의 총은 모두 세 가지입니다. 권총이 있고, 자동보총이라고 부르는 AK47이 있고, 북한군이 운용하는 73식 기관총이 있습니다. 그 외에 또 은색 쌍안경이 존재합니다.

사실 실용성의 측면에서 봤을 때 번쩍번쩍한 은색총은 군인들이 기피해야 할 색깔입니다. 번쩍번쩍 빛이 반사되니 멀리서도 저기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해줍니다. 총을 숨겨야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인 것이죠. 밤에도 번쩍번쩍 반사되는 총은 문제가 많죠. 특히 권총 같은 경우 누가 저런 총을 휘두르면 저 자가 지휘관이구나 싶어 저격당하기 쉽상입니다.

그런데 북한군은 왜 저런 총을 갖고 있을까요. 단도입적으로 말하면 이 총들은 김 씨 일가가 하사한 총입니다. 아무나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애초에 시작은 김정일이가 먼저 했습니다. 1995년부터 김정일은 선군정치라는 것을 시작하면서 그때부터 계속 군부대를 자주 방문했습니다. 군에 힘을 실어주어야 하니까요.

그런데 그냥 가서 선물 하나 주지 못하면 좀 어떠하니 생각해 낸 것이 바로 니켈 도금을 한 번쩍번쩍한 총입니다. 방문 기념으로 보통 중대급 부대에 은색 도금한 자동보총 하나, 기관총 하나, 쌍안경을 주고 옵니다. 이걸 갖고 있는 부대는 ‘장군님이 다녀가신 부대’라고 자부심을 갖습니다. 북한에 중대가 얼마나 많겠습니까. 아마 김정일이 방문한 부대는 그중 1%도 안 될 것 같은데, 그러니 이런 총이 있는 부대는 신임 받은 부대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겁니다.

김정일이 이런 특별한 총을 만들어 자신의 신임을 표시한 것이 제 기억으로 1992년부터입니다. 백두산 권총의 소위 ‘스페셜 에디션’을 만들어 장성들에게 선물해 “너는 내게 특별한 놈이야. 그러니 충성해”라는 메시지를 준 것입니다. 우리도 장성 진급자에게 대통령이 삼정검이란 것을 수여하는데, 북한은 검이 아닌 권총을 준다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물론 북한은 최소 군단장 이상 정도 돼야 스페셜 에디션 권총을 수여합니다.

1994년 김일성이 죽기 전에 장성들에게 자기 이름이 새겨진 권총을 준 적도 있습니다. 즉 스페셜 에디션 권총은 특별한 신임의 상징입니다.

장성들에게 이런 식으로 권총을 수여하다가 일반 부대에 방문할 일이 많아지고, 군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으니 이번에는 대상을 확장해 자동보총, 기관총, 쌍안경을 만들어 선물로 주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저런 스페셜 에디션 총은 어느 공장에서 특별히 니켈 도금을 해서 만들 겁니다.

제가 북에 있을 때 김정일은 평균 한 달에 한 번 정도 군부대를 방문했는데, 문제는 군부대 방문 보도가 항상 똑같아서 저도 달달 외울 정도였습니다. 아마 북한에서 사신 분들 다 고막에 딱지 앉을 정도로 들었던 것인데, 이런 식입니다.

김정은 부대 방문 보도가 나가기 전에 “딴따단~”하며 음악이 하나 나오고 이춘희 아나운서가 등장합니다. 아주 입에 힘을 모아서 언제 한번 제가 흉내 내긴 했는데, 이런 식으로 보도합니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총비서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위원장이시며,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이신, 우리 당과 인민의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9월 8일 조선인민군 제974군부대를 현지지도하시였다. 조선인민군 차수 이을설 동지, 조선인민군 대장 김영남 동지가 현지에 동행하였다. 김정일 동지를 맞이한 순간 폭풍 같은 만세의 환호성이 온 산발에 메아리쳤다.”

비슷한가요. 아무튼 항상 시작 멘트가 똑같습니다. 김정일 이름 나오기 전에 얼마나 깁니까.
그리고 이런 보도는 늘 이렇게 끝나죠.

“김정일 동지께서는 부대에 기관총과 자동보총, 쌍안경을 선물로 주시였다. 병사는 장군님의 크나큰 신임에 충성으로 보답할 굳은 맹세를 다지었다.”

이렇게 끝나는데, 김정일이 부대에 가면 쭉 돌아보는 동선이 항상 똑같습니다. 병실 보고, 취사실 보고, 그리고 병사들의 공연을 보고, 마지막에 모아서 기관총, 자동보총, 쌍안경 든 병사 3명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습니다.

이 똑같은 보도 10년 동안 본다고 해보십시오. 김정일 어디 갔다고 하면 앞으로 나올 방송원의 멘트가 줄줄 머리에 떠오릅니다. 전두환 시절 땡전 뉴스는 시작만 반복됐지, 그래도 내용은 다르지 않아요. 김정일 보도는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똑같은 거 10년 넘게 되풀이했습니다. 어유, 지겨워.

자, 이렇게 총을 기념으로 주고 갔으면 이 총은 어떻게 됐겠습니까. 김정일 하사품인데 이게 금이라도 가면 큰 일 아닙니까. 김 씨 일가가 방문한 집도 사적지가 돼서 함부로 개조 못하는데, 이 총도 절대 흠집 내면 안 되겠죠. 따로 애지중지 고이 모셔놓고 아침저녁으로 닦으며 녹이 1미리라도 쓸세라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만약 총에 녹이 쓸면 충성심에 녹이 쓸었다고 지휘관은 처벌을 받습니다.

가끔 북한 사진에 이 기관총으로 사격하는 사진도 나오는데, 이건 진짜 선전용으로 찍은 사진이라 그런 것이지, 실제로 사격이 끝나면 정말 번쩍번쩍 닦아서 다시 보관해야 하는 겁니다. 만약 전쟁이 일어나 저런 총을 든 부대와 싸우게 됐다고 칩시다.

북한군 중대장의 고민은 단지 이기느냐 지느냐 이런 데 머물지 않을 겁니다. 만약 저 선물 총이 적의 수중에 넘어갔다면 장군님의 선물을 빼앗긴 중대장, 최고 존엄에 치욕을 안긴 지휘관이 돼서 얼마나 큰 처벌을 받겠습니까. 제가 중대장이면 부하시켜 저 총들부터 후방으로 피신시킬 겁니다. 그러니 저 총은 유사시 없기보다 못한 골칫거리입니다.

문제는 이 골칫거리가 앞으로 계속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김정일로 끝이 난 줄 알았는데 김정은도 이걸 물려받아 어딜 가면 스페셜 에디션 총을 계속 선물하더군요.

대표적으로 지난해 전승기념일이라고 하는 7월 27일 김정일이 군 장성들 불러 또 권총 수여했습니다. 숫자로 보아 군단장 이상급들에게 수여한 것으로 보이는데, 권총을 보면 솔직히 멋있죠. 김정은 에디션은 은박과 금박 적절히 섞어놓고 탄창에 김정은이란 이름을 새겼습니다. 저도 하나 갖고 싶습니다. 2차 세계대전 때 미군들은 독일군 루거 권총 수집하는데 열을 올렸다는데, 만약 북한이 붕괴되면 저 총들은 아마 옥션 경매에서 비싸게 팔릴 겁니다.

그렇다고 저 총을 받은 장성들이 저걸 영원히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북한에선 숙청되는 간부가 있으면 체포조가 들어가 제일 먼저 김 씨 일가가 하사한 선물부터 빼앗습니다. 잘못하지 않고 무사히 은퇴해 죽어야 김 씨 일가의 선물이 가보가 될 수 있는데, 권총의 경우는 개인들이 총기류 휴대가 금지되니 아마 받은 당사자가 죽거나 은퇴하면 회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동보총과 기관총, 쌍안경은 그 부대의 영원한 기념품이 되겠죠.

이렇게 오늘 시간에는 실전에선 사실상 애물단지이지만, 북한군에겐 목숨보다 더 중요한 총이 된 김 씨 일가 하사품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