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오징어게임이 된 북한 국무위원회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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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1.10.21 10:46


지난달 말에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전원회의를 통해 김여정이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으로 정식 임명됐습니다. 국무위원회는 북한을 통치하는 최고 권력기관입니다. 김정은도 대외에 성명 등을 발표할 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이라는 명칭을 사용합니다. 즉 북한은 국무위원회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지지난주 토요일 생방송에서 국무위원들의 명줄이 참 짧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교체됐습니까. 그런데 당시 방송에서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섬네일을 사용해서 일단 그걸 정정하려고 합니다. 김정은과 최룡해 얼굴만 빼고 다 엑스자를 그렸는데, 그중에 두 명은 더 살아있습니다. 김영철 통전부장과 정경택 국가보위상은 여전히 국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북한의 국무위원회는 모두 13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왜 13명으로 했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위원장 김정은, 제1부위원장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부위원장 김덕훈 총리 이렇게 3명의 지도부가 있고 아래에 10명의 국무위원이 있습니다.

이번 인사에서 김여정이 국무위원이 되면서 이제 북한은 명실상부하게 오누이 통치 시스템을 완성하게 됐습니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김여정이 들어간 국무위원회 분위기는 어떻게 달라질지 설명해 보겠습니다. 주성하TV는 구독, 좋아요보다 끝까지 들어주시면 더욱 힘이 납니다.

북한 국무위원회는 형식적 서열을 따지면 김정은이 제일 높고, 2인자가 최룡해, 3인자가 총리 그리고 위원은 평등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국무위원은 노동당과 정부의 핵심 장관이 차지하는데, 면면을 보면 노동당에선 조용원 노동당 조직비서 겸 상무위원, 박정천 노동당 상무위원, 오수용 경제부장, 김성남 국제부장, 김영철 통전부장, 김여정 선전선동부 부부장 이렇게 6인이 들어갔고, 내각에선 이선권 외무상 그리고 정경택 국가보위상, 리영길 국방상, 장정남 사회안전상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노동당 비서나 내각 장관급이라고 다 되는 것은 아니고 핵심 권력자 중의 핵심 권력자들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부부장에 불과한 김여정은 사실 직급으로 보면 들어올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국무위원회가 열리면 형식적 서열 외에 실질적 서열은 어떻게 될까요. 이게 확 달라집니다. 쉽게 말하면 김정은의 숙청에서 자유로운 순서로 서열이 매겨질 겁니다. 국무위원회가 초기에 만들어질 때 황병서가 초대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됐는데, 그가 어떻게 됐습니까. 처형되지 않았습니까. 공식서열 넘버 2도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 식으로 볼 때 처형에서 제일 안전한 것이 누굽니까. 바로 김여정입니다. 국무위원회에서 계급이 제일 낮은 김여정이 이 국무위원회의 실질적 2인자입니다. 김여정은 노동당 선전비서가 이일환이라고 있는데도 그를 제치고 부부장 직급으로 국무위원이 됐습니다만, 북한에서 직급이 뭐가 중요합니까. 국무위원회가 열리면 다른 위원들은 과거엔 김정은 눈치만 보면 됐는데 이젠 두 명의 눈치를 같이 보게 됐습니다.

한번 회의 장면 상상해 보십시오. 과거에는 김정은의 표정을 보면서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다가 “거 말이 안 되는 소리 집어치우라우”하면 바로 뜨거운 물에 들어간 개구리마냥 움츠러들면서 “장군님 죄송합니다. 제 생각이 너무 짧았습니다” 이래야 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제는 옆에서 또 “거, 말이 안 되는 소리 하겠습니까”하는 앙칼진 목소리가 날아오면 역시 목을 움츠려야 합니다. “김여정 동지,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이래야 합니다. 김여정의 눈 밖에 났다간 바로 “오빠, 저 인간 못쓰겠어요” 이러면 끝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런 분위기라면 회의가 열릴 때마다 사람들이 어떤 표정을 짓겠습니까. 김정은에게 조심스럽게 “이렇다고 합니다”고 한 뒤에 본능적으로 김여정의 표정까지 살펴야 합니다. 눈동자가 2배로 부지런해져야 하는 겁니다.

김정은이 올해 1월 노동당 제1비서 직책을 신설한 뒤 그 자리에 누가 올라갈까 논란이 많았는데, 이번에 김여정을 국무위원에 눈치도 보지 않고 앉힘으로써 김여정이 명실상부한 후계자라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결국 국무위원회는 남매가 지배하게 된 셈입니다. 이 앞에선 모두 고양이 앞의 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조금 여유가 있을만한 사람은 최룡해 정도인데, 최룡해는 권력이 하나도 없고, 허울뿐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라 책임질 일이 없습니다. 그건 욕먹을 일도 거의 없다는 뜻이죠.

그리고 국무위원회 뿐만 아니라 북한을 대표하는 백두혈통의 상징이죠. 다 늙어서 굳이 죽일 필요도 없고요. 그러니 최룡해는 국무위원회에서 조금 느긋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가 김정은을 향해 “장군님 말씀이 정말 신통합니다”고 추임새를 넣어주거나 비판 받는 간부를 향해 “왜 고작 그런 것도 생각 못해 장군님께 심려를 끼쳐드리나”고 한마디씩 하면 죽을 일은 없는 겁니다.

최룡해 다음으로 그나마 안전해 보이는 사람이 조용원 조직비서인데, 조직비서는 사실상 북한 간부들의 인사권을 가진 자리입니다. 이 자리는 권한으로 볼 때 노동당의 핵심 중의 핵심 자리입니다.

그래서 김정일은 후계자로 지명되기 전에 조직비서 자리부터 타고 앉아 아버지가 죽을 때까지 20년 넘게 해먹었습니다. 간부 인사권을 틀어쥐어야 북한을 틀어쥔다는 것을 알았죠. 아버지가 죽은 뒤엔 조직비서 자리를 공석으로 만들고 다른 사람에게 주지 않았습니다. 그 자리가 얼마나 힘이 큰지를 알기 때문에 믿을 놈이 없어 주지 않고, 대신 조직지도부엔 부부장만 6명 정도 두고 실질적인 사인은 자기가 했습니다.

그런 조직비서 자리는 당연히 김정은 시대에도 가장 신임 받는 인물이 돼야 차지할 수 있습니다. 조용원은 나이도 많아 보이지 않는데 조직비서가 된 것으로 봐선, 능력 이상의 개인적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가 김정은이 후계자로 지명되기 전에 노동당에 들어와 일을 배울 때 김정은의 사수였다는 말도 있고, 김정은의 이복누나인 설송의 남편이란 말도 있지만, 확인된 것은 없습니다.

어쨌든 신임도로 봤을 때 조용원은 그나마 다른 사람들보다는 안전할 것이란 말이죠. 그 외는 안전을 장담할 수 있는 인물이 아무도 없습니다.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들의 목이 얼마나 가는지를 이미 다 봤기 때문에 정말 살얼음장 걸어가는 심정으로 하루하루 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에선 김정은의 말은 당연하고, 김여정의 말에도 모두가 벌벌 떨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결국 북한은 이제 명실상부하게 김정은, 김여정 남매가 다스리는 곳이 됐다는 의미입니다.작년에 이미 김여정을 두고 위임통치라는 말이 나왔죠.

제가 역사 지식이 짧지만 제가 알건 대는 이렇게 남매가 공동으로 통치한 왕조나 체제가 있었을까요. 부인이나 아들, 또는 딸을 2인자로 삼은 경우는 있어도 오누이가 권력을 쥐고 흔든 사례는 매우 희귀한 사례가 아닐까요.

비슷한 사례를 하나 찾긴 했는데,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미인의 상징처럼 알려진 클레오파트라인데, 그때는 왕조의 피가 섞이지 말아야 한다며 남매끼리 결혼시켰다고 합니다. 클레오파트라는 18살 때 8살 아래인 프톨레마이오스 13세와 결혼합니다. 두 명은 부부이자 공동 통치자인데, 권력이란 것은 기원전 그 시대에조차 나눠가질 수가 없었던 겁니다. 남동생이 크면서 왕좌를 둘러싼 싸움이 벌어졌고, 결국 부부간이자 누나와 남동생간의 내전이 벌어졌죠.

1차 내전에선 남동생이 이겨 누나이자 아내를 쫓아냈는데, 로마에서 카이사르가 침공해 들어와 클레오파트라와 손을 잡는 바람에 남동생은 전쟁에서 죽었습니다.

남매 공동통치의 과거 사례는 이렇게 끝이 좋지 못했습니다. 김정은은 누이동생과 끝까지 싸우지 않고 오래오래 북한을 통치할 수 있을까요. 오늘 방송 여기서 마칩니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