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지켜본 탈북민 식당 실패 원인 3가지
1,004 0 0
주성하 2021.11.03 15:37


탈북민 3만 명 시대를 맞아 한국에도 탈북자들이 차린 음식점들이 참 많습니다. 오늘은 탈북민들이 차린 식당들에 대한 이야기 한번 해볼까 합니다.

제가 서울에 와서 놀란 것 중에 하나가 북한 이름을 내건 음식들이었습니다. 가령 신의주 찹쌀순대 이런 식당들 많죠. 그런데 저는 북에서 살아도 신의주가 찹쌀 순대 유명하다는 소리는 처음 들었습니다. 가서 먹어도 맛이 없다 기보단 북엔 진짜 돼지 창자로 순대를 만드는데, 여기서처럼 인조껍데기를 쓰는 순대는 아예 없으니 이건 북한식은 아닙니다.

게다가 북한엔 당면은 매우 귀해 순대에 넣는 지방이 없으니 한국 순대와 북한 순대는 이걸 똑같이 순대라고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차이가 납니다. 순대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하겠습니다. 북한 맛을 찾아 헤매고 헤매다 제가 정착한 순대가 있습니다.

속초에 가니 함경도 특산이라고 아바이순대와 가자미 식혜를 많이 팔더군요. 함경도가 아바이 순대와 가자미 식혜가 유명하다는 소리도 여기 와서 처음 들었습니다. 평안도 특산 음식이 노치란 말을 들었는데, 평양에서 노치 먹어본 적도 없습니다.

아바이순대나 가자미 식혜가 1940년대 일제 강점기엔 함경도 특산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 정권이 수립된 이후 전통적인 음식 문화가 사실상 죽어버렸습니다. 배급제도 실시하면서 집에서 먹게 됐고, 멀리 통근하는 사람들도 도시락 싸고 다니다보니 식당은 출장자들이나 가는 곳처럼 됐습니다. 평양 같은 수도에도 식당들이 인구에 비해 너무 적었고, 일반 군의 읍 정도 가면 식당이 두세 개 있어도 많았습니다.

사회주의 체제 하에선 식당에 가면 돈만 내면 먹는 것이 아니라 양표라는 것을 내야 했는데, 이거 신청하기도 번거롭고 잘 주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200그램 양표를 바꾸어 식당 가봐야 150그램 어치도 안 되는 양이 나와 손해였죠. 그런데 평양에서 1990년대 그나마 많았던 식당이 냉면집이었습니다. 냉면 얘기도 할 말이 태산이고, 제가 한국 평양냉면집 거의 다 다녀서 할 말이 많은데 이것도 나중에 냉면 시즌에 해야겠네요.

아무튼 결론은 김 씨 일가가 70년 지배하면서 북한엔 다양한 음식 문화가 거의 말살됐습니다. 어쩌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세상에 무슨 맛을 따질 것이며, 교통도 발달되지 않았는데 어디 찾아가 먹을 것이며, 식당 잘 돼봐야 내 돈도 아닌데 누가 맛있게 만들려 노력하겠습니까. 여러모로 요식업이 발달할 수가 없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보니 탈북민들이 북한 음식이라며 식당들을 많이 차렸습니다. 솔직히 저는 “북한에 무슨 한국에 와서 경쟁할 만한 음식이 있냐. 되겠냐”는 회의적 시각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살아남은 식당들이 꽤 있고, 실제 맛도 괜찮습니다. 얼마 전에도 서울 강서 마곡에 안영자면옥이라는 곳에 갔는데, 거기 냉면이 옥류관 냉면과 정말 흡사하더군요. 잘 될 것 같았는데 코로나 때문인지 손님은 많지 않았는데, 근처에 있으면 계속 가고 싶었습니다. 안영자면옥도 그렇고, 서초의 설눈면옥도 다 제겐 아주 맛있는 식당입니다.

그렇지만 성공한 탈북민 식당보다 사라진 식당이 훨씬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솔직히 한국에 온 탈북민이라면 “북한 음식점이나 한번 내볼까”는 생각을 안 해볼 수가 없습니다. 저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대학부터 새로 시작할 젊은 나이가 아니라면 이런 유혹이 더욱 큽니다. 나이 많아 회사들에서 받아주진 않지, 힘들게 얻은 직업도 몸은 엄청 고달픈데 월급은 쥐꼬리가 아닙니까. 그러니 돈만 좀 있으면 “내가 북에선 음식 솜씨 좀 있던 사람이었어”라는 자신감으로 음식점 창업에 당장 뛰어들려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도 그런 심정으로 식당을 엽니다. 회사에서 퇴직하면 퇴직금으로 가장 쉽게 차릴 수 있는 것이 식당인지라 인구 80명 당 식당이 1개나 된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식당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빨리 망하는 업종도 드물죠. 코로나 이전에도 식당의 폐업률은 94%나 됐는데, 이는 100명이 식당을 낼 동안 94개의 식당이 문을 닫는다는 뜻입니다. 10명이 식당을 내면 4명만 3년을 버티고, 10년 버티는 식당은 넷 중 한 곳도 안 된다고 합니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안타깝지만, 폐업률은 더욱 올라갔겠네요.

평생 여기서 살았고, 매일 식당을 찾던 사람들도 직접 음식점을 내 성공하기 너무 어렵다는 말입니다. 더구나 고령화로 집에서 먹는 노인들이 늘고, 코로나가 식당 문화도 바꾸어서 요식업의 미래도 밝지 않습니다.

“그건 여기 사람들의 이야기고, 북한 음식으로 특화시키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는 탈북민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제가 한국에 20년 가까이 살면서 본 바로는 북한 식당은 한국 식당보다 더 버티기 힘들었습니다. 탈북민이 새로 식당을 냈다고 하면 신분을 밝히지 않고 몰래 가서 먹은 적이 많은데 나중에 다시 가면 없어진 경우가 많았죠. 용케 버텨는 곳도 대박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오랜 관찰 끝에 제 나름대로 분석한 원인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또 오고 싶게 만드는 데 실패했습니다. 처음엔 한국인들이 북한 음식이 궁금해서 찾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좀 되는 것 같지만 점점 손님이 줄어듭니다. 또 찾아가지 않기 때문인데, 이는 북한 음식이 궁금하긴 하지만 내 돈 내고 다시 찾아가 먹고 싶지 않다는 뜻입니다. 평생을 한국 음식에 길들여진 남쪽 사람들에겐 어쩌면 당연한 일이죠.

저만 해도 밥 먹으려 나가면 수백 개의 식당이 기다리고 먹고 싶은 음식은 무엇이든 주변에 거의 다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탈북동포들을 위해 입에 안 맞아도 북한 식당에 갈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손님을 끌려면 또 찾게 만들 매력의 맛이 있어야 하는데, 북한에서 왔다는 음식으론 그게 쉽지 않습니다. 솔직히 식당도 별로 없는 북한에서 우리가 무슨 음식다운 음식을 먹었을 것이며,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을 것이라고 장담할 만한 음식은 몇 가지나 있을까요. 저도 저번 추석에 북한에서 먹던 문어회와 오징어회를 만들어 감탄하며 먹었지만, 이걸 갖고 식당 차리면 여기 사람들도 좋아할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둘째, 현지화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의 이유와 비슷한 이유로 북한 음식만으로 승부가 안 되면 남한 사람들에게 먹힐 만한 메뉴도 만들어야 합니다. 사람이란 좋아하는 음식을 자주 찾을 수밖에 없죠. 그런데 탈북민이 한국 음식으로 여기 식당과 경쟁하긴 벅찹니다. 어떤 식당들은 탈북자 거주 밀집지역에서 버티는데, 식당에 가면 온통 북한 말투라 그러면 현지인이 더 이질감을 느껴 오려 하지 않습니다.

셋째, 주방장 관리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방장은 식당의 맛을 지키는 핵심인데, 탈북민 식당들은 월급이 적어서인지 주방장이 자주 바뀌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 가면 이 손맛이고 내일 가면 저 손맛인데, 이러면 사람들이 알아차립니다.

이외 서비스 친절도, 자본금 여력 등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아무리 서비스를 잘하려 해도 북한 말투를 쓰면 많은 여기 사람들에겐 이질적으로 들리고, 식당을 운영하려면 적자를 내면서도 1년은 버틸 여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나는 성공할만한 비책도 있고, 북한 음식을 한국에 알릴 사명감이 충만돼 있다”는 탈북민이 있다면 저는 충분한 여력과 자신감이 있으면 시작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제 말은 탈북민이 식당을 차리지 말란 말이 아닙니다. 열에 한둘은 성공할 수 있습니다. 진짜 실력을 보유한 사람이나 유명세를 가진 사람이나 또는 다른 비책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무턱대고 차리면 실패 확률은 훨씬 더 크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고, 특히 탈북민에겐 한 푼이 정말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정 식당을 하고 싶으면 한국 음식부터 착실히 배워 시작해보라 말하고 싶습니다. 전략을 바꾸어 한국 음식으로 성공한 뒤 북한 음식을 추가로 서비스하면 성공 확률이 더 높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한국 음식으로 성공할 자신이 없다면 북한 식당도 성공할 확률이 낮다고 봅니다. 저는 식당을 해봤던 경험은 비록 없지만 실패의 아픔에 우는 탈북민이 적기를 바라면서 제 개인적 의견을 유튜브로 전해봅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