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길림감옥 탈북민 탈옥사건
829 0 0
주성하 2021.11.04 17:54


약 열흘 전에 중국 동북부 길림성 길림감옥에서 복역 중이던 북한 국적의 탈북자가 탈옥하는 사건이 발생해 한국 언론에 보도됐던 일을 기억하십니까. 한국 언론뿐만 아니라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CNN 방송 등 외신들까지 보도했고, 중국 포털 사이트 웨이보에서도 관련 검색어가 22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탈북민이죠.

중국 당국은 2급 근무령을 발령하고 체포 작전에 들어갔고, 체포에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는 제보자에게 현상금 15만 위안, 우리 돈으로 약 2770만원을 내걸었다고 합니다. 이 돈은 길림성 평균 소득의 5배에 해당하는 큰 돈이라고 합니다.

이게 그냥 소식으로만 전해졌으면 아,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고 넘어가겠지만, 드라마틱한 탈출 장면이 영상으로 공개됐습니다. 영상 한번 보시겠습니다. 영상을 보면 이 탈북민은 헛간 지붕에 올라가서 가로지른 뒤 밧줄로 추정되는 물건으로 불꽃들을 일으켜 교도소 벽에 설치된 고압선을 손상시켰으며, 철제 울타리 위로 올라가 죄수들과 교도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높은 담장 뒤로 사라집니다. 경찰이 인근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를 봉쇄하고 가택수색을 실시했지만 쉽게 잡히지는 않았나 봅니다.

지금은 잡혔을지 모르겠는데, 일단 이 사람의 신원을 살펴보겠습니다. 탈옥한 사람의 이름은 주현건. 1982년생이니 만 39세입니다. 사진을 보면 설경구 살 빠졌을 때랑 비슷해 보이는데, 그의 신분은 함경북도 출신 광산 노동자인데, 2013년 중국과 국경을 맞댄 연변조선족자치주 투먼으로 넘어와 가정집에 침입해 강도행각을 벌여 잡혔다고 합니다.

모두 세 곳을 털었는데, 미화 230달러 상당의 현금, 전화기, 담배 6갑, 옷, 운동화 등을 훔쳤다고 합니다. 마지막 집에선 연로한 여성에게 발각되자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르고 택시를 타고 달아나다 몇 시간 뒤 붙잡혔습니다. 2014년 연길시 인민법원은 주 씨에게 밀입국죄, 절도죄, 강도죄 등의 혐의로 유기징역 11년 3개월 형과 벌금 1만 6000위안, 우리 돈으로 295만 원 정도 내리고, 추방명령도 내렸습니다.

주 씨는 감옥에서 모범수로 인정돼 두 차례, 총 14개월 감형을 받아서 2023년 8월 출소할 예정이었습니다. 이상이 한국 언론에 보도된 내용입니다. 오늘은 이 내용에 기초해 지금 중국에서 체포돼 공포에 떨고 있는 탈북민들에 대한 이야기 한번 해볼까 합니다. 저 역시 중국 감옥에 잡혀 수감됐던 경험이 있고, 그때 매 순간 탈옥을 꿈꿨던 일이 있었기 때문에 정말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우선 이야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주현건에 의해 피해를 본 도문의 세 가정집에 탈북자의 한 사람으로서 사과를 드리고 싶습니다. 주 씨의 행동은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도 없고, 또 중국 연변에는 탈북민 때문에 피해를 본 많은 조선족들이 있습니다.

흔히 탈북민들이 한국에 온 뒤 중국에서 조선족들에게 본 피해를 하소연하는 일이 많이 있는데, 물론 탈북민의 힘든 처지를 악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조선족들도 꽤 있습니다. 여자 팔아먹고, 노동을 착취하고 사기치고 하는 사람들이 있죠.

하지만 반대로 정말 중국의 가장 끝 지역에서 그냥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거지같은 북한을 이웃으로 둔 죄로 목숨을 잃고, 강도를 당하고, 사기를 당하는 조선족들도 많습니다.

그러니까 탈북민이든 조선족이든 가해자와 피해자가 막 범벅이 돼 있는 상황인데, 그렇기 때문에 탈북민이 나쁘다, 조선족이 나쁘다 이런 식으로 한쪽을 나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이런 사태를 만든 근원을 따지고 올라가면 결국 김 씨 일가가 진짜로 나쁜 놈들인거죠. 인민을 얼마나 못살게 만들었으면 이렇게 남의 땅에 가서 비참하게 살게 만드는 겁니까.

조선족들도 1990년대 중반 대량탈북이 일어나던 초기에는 탈북민을 동족이라고 불쌍하게 생각하고 많이들 도와줬습니다. 그런데 탈북사태가 끝을 보이지 않고 장기화되고, 주변 곳곳에서 범죄가 발생하는 것을 보면서 악감이 생기고 결국 탈북민에 대한 동정을 거두고 신고하고 그러는 겁니다. 이건 인간인 이상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감정입니다.

그럼에도 조선족 사회에 탈북민들 좀 불쌍하게 봐주고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집 있고, 신분이 있는 사람들보다야 탈북민이 더 갈 데도 없는 약자가 아니겠습니까. 극단에 몰리지 않았으면 탈북민들이 그런 범죄를 저지르겠습니까. 사람의 근원을 따지면 본디 태어날 때부터 악하게 태어난 사람이 몇이나 있겠습니까.

이번에 탈옥한 주현건은 넘어오자마자 강도가 됐으니 나쁜 사례를 보여준 경우인데, 그도 극단적 환경의 북한 탄광마을에서 인성이 파괴됐기 때문에 저런 범죄를 저질렀겠죠. 그는 2023년 8월에 출소하기로 됐으니 1년 10개월 있다가 나가게 되는 몸입니다. 그런데도 탈북했습니다. 그 이유를 오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감옥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앞으로 남은 형기에 절망하고, 출소 날짜가 다가올수록 희망이 생길 겁니다. 그런데 탈북민은 그 반대입니다. 출소 날짜가 다가올수록 점점 죽음의 공포를 느끼게 됩니다. 왜냐면 중국 감옥에서 출소된다는 것은 북한으로 끌려간다는 것을 의미하고, 북한에 끌려가면 다시 탈북했다고 교화소에 갈 확률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북한 교화소의 삶은 중국 감옥에 비해 몇 배로 어렵겠죠. 어쩌면 중국 감옥시절이 천국이었을 겁니다.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민은 형기를 많이 받고 중국 감옥에 수감되면 어쩌면 행복해할지도 모릅니다. 북한으로 바로 끌려가는 것보다 사는 날이 형기만큼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중국 감옥은 그래도 먹을 것을 주고 재워주고 그럽니다.

제가 중국 감옥에 들어가니 멀건 노란 좁쌀죽과 빵을 주더군요. 처음에는 맛이 없어 먹지 못하겠더니 며칠 지나니 그게 다 맛있었습니다. 제가 작년에 탈북자들을 구출하다가 체포돼 중국 감옥에서 10년을 복역하고 북한으로 끌려가던 길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한 탈북민 목사에 대한 기사를 쓴 적이 있습니다. 마침 북으로 넘기는 그날이 김정일 죽은 날이어서 북한이 탈북자를 받지 않았고, 그는 연길 교도소로 보내졌다가 어찌어찌해서 빠져나왔습니다.

이번에 탈옥한 주 씨의 경우도 감옥에서 나갈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북에 끌려갈 날짜가 다가오는 것을 손꼽아 세어봤을 겁니다. 그러니 기회가 됐을 때 목숨 걸고 탈옥한 것이겠죠. 사람이 죽음이 가까워지면 없던 용기와 힘이 생겨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중국에 주 씨처럼 수감된 사람이 정말 많다고 합니다. 북한이 7월에 요시찰 탈북민을 포함해서 50여명 단동으로 북송시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코로나를 핑계로 봉쇄하면서 북한이 임기가 끝난 중국 주재 북한 대사도 안받고, 중국 신임 대사도 안받으면서 탈북민 중에서 비밀이 새어나갈 위험이 있다거나 신분이 높은 탈북민은 받았다는 겁니다. 북한이 탈북민을 살리겠다고 이 와중에 데려갔을까요. 정 반대죠. 7월에 끌고 간 탈북자들은 끝까지 잡아다 죽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입니다.

다행히 그들 외에 지금 중국에 수감된 탈북자들은 코로나 때문에 북송 안 되고 있습니다. 제가 한번 작년 3월에 체포된 탈북자의 심정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원래는 3월에 끌려가서 지금 북한 감옥이나 수용소에서 죽었을 수도 있는데, 코로나 때문에 다행히 1년 7개월이나 더 살 수 있었으니 얼마나 다행이겠습니까. 물론 사형수의 심정처럼 언제 끌려갈지 공포스럽기는 하겠지만, 그럼에도 코로나가 계속 끝나지 않았으면 할 겁니다. 형기를 받은 탈북자들의 경우엔 석방 날짜가 처형 날짜처럼 다가오게 될 겁니다.

중국이 코로나 사태 이후로 탈북민을 북송시키지 않다보니 지금 중국의 단동, 연길, 투먼, 길림, 심양 등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탈북민들이 수감돼 있습니다. 정확한 숫자는 저도 모릅니다.

그런데 우리는 중국에 코로나가 계속 퍼지길 바라는 사람들, 석방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죽음의 공포에 휩싸여 사는 사람들이 있음을 잊으면 안 됩니다. 어느 때보다 많은 탈북민들이 중국 감옥에서 죽음의 공포에 사로 잡혀 있다는 것을 문뜩이나마 기억해주십시오.

이번 주 씨의 탈옥을 계기로 다시금 중국에서 탈북민 검거 선풍이 일지 않기를 희망해 봅니다. 그리고 조선족 분들에게 현상금 때문에 탈북민을 죽음의 길로 보내지 말아달라고 호소하고 싶습니다. 이 유튜브도 많은 조선족분들도 보시는데, 화제가 된 이번 탈옥 사건을 계기로 사람을 살리는 선한 행동 많이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김정은 체제가 망해 제가 북한으로 돌아가는 날이 있다면 북한 사람들에게 반드시 조선족 사회가 탈북민들에게 보여준 고마운 은혜의 감동적 사례들을 하나하나 전하겠다고 약속드립니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