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갱도에 불이나 여성 통신부대 야근조 전멸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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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1.11.12 16:16


저번에 노란 눈의 공군사령관 이야기를 하다가 보니 북한 공군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어 오늘 영상 제작했습니다. 제가 작년 10월에 북한군 전투기 16대와 공군 50여명을 바친 북한 공군 최악의 참사라는 동영상에서 말씀드렸던 1993년 개천비행장 화재 사건인데, 나중에 그 내막을 잘 아는 분이 추가로 사건 전말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때 비행기 배치하는 터널에 갇혀 불에 타죽은 병사 중에 여성군인이 무려 27명이나 포함돼 있었다고 합니다. 사건 내막은 물론 북한 공군의 자세한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드릴텐데, 주성하TV는 구독, 좋아요보다 끝까지 들어주시면 더욱 힘이 납니다.

북한 공군은 크게 3개 구역으로 나누어집니다. 지금은 사단으로 편성됐는데, 1993년 당시 배치가 북한군 공군의 특성을 잘 보여줍니다. 당시 북한은 3개 비행전단으로 구성됐고, 그 아래 연대, 여단을 두었습니다.

1비행전단은 평남 개천군에 사령부가 있었는데, 중부지역 특히 평양 영공에 대한 방어, 서부 지역이 작전권이었고, 2비행전단은 함흥에 주둔해서 북부와 동해를 관리했습니다. 3비행전단은 황주에 있는데 한국을 대상으로 했고 작전했습니다.

1993년 사고는 860부대로 불리던 제1비행전단 사령부가 있는 개천비행장에서 발생했습니다. 평안남도 개천군 준형리 월리역 앞에 1비행전단 사령부가 있고, 사령부나 전투기는 갱도에 보관돼 있습니다.

이 개천비행장에 주둔한 35연대, 공식 부대명으론 354군부대에 그 유명한 이웅평 대위가 근무했습니다. 1983년 미그19기를 몰고 남쪽으로 내려왔는데, 그때 전쟁이 나는 줄 알았다고 회상하는 사람들이 많았죠.

개천비행장에는 전단 지휘부가 있지만, 비행기는 연대 비행기만 갱도에 있었습니다. 1비행전단 산하에는 8개 비행연대 및 여단이 있었고, 탐지기만 전문 운영하는 74연대가 있습니다.

74연대는 10개 탐지기 중대를 두고 있는데, 부대 위치가 다 다릅니다. 탐지기가 소련제라 북한에선 이를 ‘뻬’라고 부릅니다. 뻬12, 뻬14 이렇게 주로 두 개 종류 탐지기를 쓰는데, 1중대 의주, 2중대 곽산, 3중대는 평북 선천군 신미도에 있는데 이건 중국 감시죠. 4중대 문덕, 5중대 태천, 6중대 개천, 7중대 문천, 8중대 사덕산, 9중대 요덕, 10중대 숙천 이렇게 있습니다. 이렇게 자세히 말하지 않아도 되는데, 혹 북한 공군 연구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 자세히 증언합니다.

1990년대만 해도 남북간에 공군 훈련하면 하늘에 충청남도 이북에만 한 500대가 떴는데, 이걸 이들 탐지기 초소의 탐지기들이 잡아서 지도에 표시하는 겁니다. 지도뿐만 아니라 전대장 등 주요 지휘관을 위해 사판이라고 하는 한반도 축소 모형 위에 각종 항공기, 군함 등의 모형을 놓고 표시하는 것도 있습니다.

당시 최고 성능의 정찰기가 SR-71이었는데, 오키나와에서 발진해 북한 상공 지나갔습니다. 이걸 탐지하는 중대가 숙천에 있는 10중대인데, 이 중대가 소련에서 들여온 가장 최신인 고공용 뻬14 탐지기를 운용했기 때문입니다. 뻬12은 저공용 탐지기입니다.

비행기의 경우는 1전단 산하 개천 35연대가 추격기, 의주에 주둔한 24연대가 폭격기를 운용했고, 방현에 북한 특수부대가 타고 온다고 해서 유명한 안둘기 연대가 주둔해 있습니다. AN2 또는 우뚜바라고 하는 1940년대 만들어진 그 복엽기를 말합니다. 그외 숙천, 북창 이런 비행장에 연대들이 주둔해 있습니다.

북한 공군에서 제일 좋은 비행기인 미그29는 북창비행장에 있습니다. 이 비행기가 크기 때문에 북한은 소련 하바로프스크에서 미그29를 들여오기 전에 북창비행장 활주로 확장공사를 대대적으로 했습니다.

연대 위치는 이미 구글에 검색하면 다 나옵니다. 자, 다시 사고가 난 개천비행장으로 갑니다. 개천비행장 전투기 갱도는 산에 수평으로 굴을 만들고 그 주변에 아카시아나무를 잔뜩 심어 위장한 형태로 돼 있습니다. 비행장은 역 이름을 따서 월리 비행장이라고도 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북한 공군 갱도가 수직갱도라고 하는데, 비행기가 떠야 하는데 갱도가 수직이 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1전단 비행갱도 안에는 미그15부터 미그 21까지 쭉 보관돼 있고, 바깥에는 주로 모형 비행기와 심지어 허연 칠을 한 모형 탱크까지 배치해 놓았습니다. 일명 더미라고 불리는데 전쟁 나면 한국 전투기들이 그 가짜 모형에 속아 폭격하라는 것이죠.

문제는 비행갱도 안에 비행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휘부와 함께 통신경보결속소 등도 있습니다. 전단에는 기술대대, 정비대대 이런 대대급 부속 부대들이 많이 소속돼 있죠. 통신결속소는 무선중대, 유선중대 이렇게 나누는데, 이들은 교대로 갱도에 머물며 24시간 임무를 3교대로 수행합니다. 그런데 통신결속소 갱도는 비행기 활주로 건너야 있는 제일 안쪽에 있습니다.

사고가 일어난 당일 어떤 일이 있었냐. 갱도에 비행기를 쭉 세워두어도 비행기에서 기름이 한 방울씩 똑똑 떨어지게 된답니다. 그래서 그 아래에 폐유를 받는 네모난 철판통을 깔아놓았는데 한참 지나면 어느새 통에 폐유가 가득 찹니다. 이 폐유를 가져다 등잔 연료도 합니다. 비행기 연료는 물처럼 맑고 연기도 적고 해서 인기인데, 사고 당일 경비중대 대원이 폐유를 가지려 들어왔습니다.

전단 산하에 경비중대가 하나 있었는데, 전단 지휘부 경비를 맡은 소대 대원이 들어왔던 것이죠. 그런데 와보니 폐유가 많이 고이지 않았나 봅니다. 그러니까 이 병사가 비행기 아래 나사를 풀고 탱크에까지 손을 댔는데, 다 받고 다시 드라이버를 채우려하니 안 보이는 겁니다. 그래서 당황해서 라이터를 켜고 나사구멍을 확인하려 했는데, 그 갱도 안에는 유증기가 꽉 차 있었죠. 폭발한 겁니다. 이 경비중대원은 황급히 도망 나왔습니다. 살았는데, 워낙 피해를 많이 주다보니 나중에 끌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처형됐겠죠.

비행갱도에 불이 붙으니 차단하는 문이 3개인데 자동으로 닫혔죠. 근무서려 들어가 있던 사람들, 특히 여성 통신결속소 소속 부대원 27명이 나오지 못하고 사망했습니다. 나중에 새까맣게 그슬린 시신 속에서 여성만 분리해 여성부대원 봉분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참고로 이때 사망한 군인 중에 이장렬이란 이름의 상위가 있었는데 그는 나중에 공화국영웅 칭호를 받았습니다. 북한은 가족 전체 또는 부자나 형제, 남매 등 가족 구성원이 군에 함께 복무하는 가정을 ‘총대가정’이라고 하면서 내세우는데, 북한에서 아마 8남매 총대가정이 제일 숫자가 많을 겁니다.

이장웅 8남매 총대가정이 북에서 많이 띄워주던 사람들인데, 그 8남매 중 한 명인 이장렬은 경보결속소 사로청위원장이었습니다. 이장렬 상위는 죽지 않아도 되는데 불이 난 뒤에 대원들을 구한다며 뛰어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문이 닫혔으니 빠져 못나왔죠. 부하들을 구하기 위해 불속으로 뛰어 들어간 행동은 정말 영웅적 행동이 맞다고 봅니다.

운이 좋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통신부대 남성 참모는 원래 근무 당번이라 그 안에서 죽어야 하는데 마침 화장실에 나왔습니다. 갱도여서 그런지 화장실은 밖에 있습니다. 화장실 나왔다 살았는데, 안에 두고 온 모자만 타버렸다고 합니다. 갱도 안에 없는 것이 화장실과 식수라고 하는데, 식수는 물차가 계속 들어와 공급한다고 합니다.

참 목욕탕도 없습니다. 그래서 개천비행장에 근무하는 여성군인들은 걸어서 좀 나가면 청천강이 있는데, 거기에 가서 단체로 목욕을 했습니다. 쌍안경 들고 그걸 기다리는 남자 군인들이 많았죠.

청천강을 사이에 35연대 바로 맞은편이 바로 영변핵발전소인데, 1990년과 1991년 사이 영변핵발전소를 건설하느라 무려 40개 중대가 들어왔습니다. 이 군인들이 또 강 건너에서 쌍안경 들고 여성군인들 목욕하는 날을 기다렸습니다.

이건 여담이고요, 그 외 개천비행장에서 벌어진 북한 공군의 최악의 흑역사는 제가 앞서 말씀드린 작년 10월 유튜브 영상에 다 설명이 있으니 그걸 보시면 오늘 영상이 더 잘 이해되실 겁니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